[기고] 산화갈륨 반도체, 새로운 신화 만든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연구원은 반도체 강국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산실 속에서 연구하고 있는 필자 또한 자랑스럽다. 1988년 연구원에는 실리콘 실험실이 문을 열었다. 투자예산만 해도 82억원에 달했다. 235평에 달하는 실험실은 당시 국가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최첨단 랩(LAB)이었다. 6인치 웨이퍼를 사용하여 CMOS 공정이 가능한 그곳에서 국내 최초,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수식어로 국민께 감동을 주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이후 1991년에는 화합물 실험실도 열었다. 4인치 웨이퍼와 GaAs, GaN, InP 일괄공정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 펩(Fab)에서 4M, 16M, 64M DRAM이 개발되었고 국내 최초 OLED도 탄생했다. 이후 1995년에는 CDMA 단말기용 아날로그칩 개발을 비롯해 광통신용 칩과 모듈, 트랜시버 개발, 세계 최초 AMOLED 개발, 디지털 엑스선 튜브 등 수많은 최고의 기술들이 만들어졌다.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모든 산업에 필수품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반도체로 나라를 세웠고 또 반도체로 나라를 일으켰다 할만큼 '반도체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며 우리의 위치 또한 위태로운 게 사실이다. 아울러 그동안 반도체 학계의 대원칙이라 불렸던 '무어의 법칙'도 기술적 한계에 이르러 깨지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미래핵심 반도체 등 새로운 돌파구와 성장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필자가 포함된 국내 GO전력반도체연구단 연구팀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불리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의 핵심소재 및 소자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산화갈륨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핵심 소재이다. 지금까지 일본과 미국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으나,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연구개발 성과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산화갈륨 에피소재에서 전력반도체 소자까지 국내 연구기관 컨소시엄을 통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이 국산화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에피소재와 소자공정 기술 개발이 기초원천 단계에서 양산 상용화 단계까지 각 단계별로 개별 프로젝트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플랫폼형 단일 연구단 프로젝트에서 상용화 기술까지 체계적으로 연계되어 개발된 성공적인 연구개발 사례라 더욱 뜻깊다.
전력반도체 소자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다. 이동 및 양자통신, 전기자동차, 태양광 및 풍력발전, 전력전송, 우주항공, 군수국방, 양자컴퓨터등 국가 산업 전반의 핵심 부품이다. 이번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 국산화는 현재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등 와이드밴드갭(WBG) 전력반도체 기술이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태를 볼 때 차세대 글로벌 경쟁력 향상과 신시장 선점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산화갈륨 에피소재와 전력반도체 MOSFET 소자기술 국산화를 통해 우리나라는 차세대 세계 전력반도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전력변환 효율을 높이고 시스템 크기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전력 송배전망, 고속철도, 데이터 센터, 양자컴퓨터, 전기자동차 등에서 에너지 절감효과와 친환경 탄소중립 실천도 가능하다. 시장전망도 좋다. 2023년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은 약 49조원 규모이고 산화갈륨 시장은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은 현재 4미크론 두께의 도금공정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4인치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MOSFET 소자 공정 및 상용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머지않아 국내 기술로 개발된 4인치급 대면적 에피소재 및 소자 공정 기술을 활용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양산기술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수 kV급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MOSFET 소자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산화갈륨에 특화된 고성능 패키징 기술, 대구경 에피소재 성장 MOCVD 장비 기술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국민의 성원과 관심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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