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 7년째 사법리스크 발 묶인 삼성… 반도체 `초격차`도 위태
'D램' SK하이닉스에 추격 허용
투자 멈추면 국가 경쟁력 위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년째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삼성의 경영 시계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난해 인텔과 애플에 각각 1위 자리를 내줬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맹추격에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겹악재에 처해 있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LG전자 등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이며, 효자였던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의 매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서는 '초격차' 기술과 '관리'의 대명사였던 삼성이 "예전같지 않다"며 "삼성 고유의 DNA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호시탐탐 삼성에 배당을 늘려달라며 지배구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고, 이 회장은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다시 총수 공백 상황에 처할 경우 그나마 이 회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미래 투자' 행보는 멈출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발이 묶이기 전 인수한 하만 이후 뚜렷한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투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회장이 구속된 2017년부터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까지 이어졌던 총수 공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의 투자 시계가 또다시 멈출 경우 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물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국가 경쟁력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의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의 맹추격을 허용하고 있는 점은 흔들리는 삼성의 '리더십'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 시장에서 35.2%의 점유율로, SK하이닉스(49.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버용 D램 점유율에서 AI(인공지능)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HBM을 포함한 SK하이닉스 서버용 D램 점유율은 2위인 삼성과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 삼성전자(38.9%)와 SK하이닉스(34.3%) 간 글로벌 D램 점유율 격차는 5.6%포인트(p)까지 좁혀졌다. 같은 해 1분기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19.5%p에 달했는데,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초격차'의 상징 격인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에서도 경쟁사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부상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획득, 현재 삼성전자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또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에서도 SK하이닉스가 300단 이상의 제품 개발 소식을 알리며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업계 일각에선 '메모리'와 '비메모리'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조차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 선언 이후 상대적으로 메모리 사업에 대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는 사상 최대였던 2022년 같은 53조1000억원이었고, 반도체 부문에서 48조4000억원, 디스플레이에서 2조4000억원 수준이 집행됐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 투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로 분산되다 보니,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TSMC의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는 302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TSMC(57.9%)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12.4%) 차이는 45.5%p로, 전 분기(TSMC 56.4%·삼성전자 11.7%, 44.7%p)보다 더 벌어졌다.
여기에 메모리 시장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매출(399억500만달러)은 지난해 인텔(486억6400만달러)에 1위 타이틀을 내줬다.
삼성전자가 2010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뺏긴 것 역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2억3460만대(점유율 20.1%)를 기록해 2억2660만대를 출하한 삼성전자(19.4%)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24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올해는 재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샤오미(12.5%), 오포(8.8%), 트랜션(8.1%) 등 중국 기업들이 상위 5위권에 대거 포진하고 있어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다.
생활가전 사업에서 LG전자에 매출과 수익성 모두 밀리고 있는 상황도 삼성전자가 '예전같지 않다'고 지적받는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힌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계열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소형 OLED 사업에서도 중국의 맹추격에 직면해 있다. 시장조사 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76%에 달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시장 점유율은 36%까지 추락한 반면 중국 BOE의 점유율은 18%에서 42%로 상승했다. 폴더블이 주력 시장은 아니지만 과거 중국에 LCD(액정표시장치) 1위 자리를 뺏겼던 과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아무래도 보수적이거나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이번에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면 미래 먹거리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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