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법 리스크' 벗을까… 5일 1심 선고에 쏠린 눈

서민지 2024. 2. 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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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합병 의혹·회계부정 혐의 결론
이 회장, 부정행위 관여 여부 쟁점
검찰, 징역 5년·벌금 5억원 구형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5일 나온다. 검찰과 이 회장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던 만큼,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양사 합병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우는 과정에 이 회장이 위법하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 측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해왔다. 이 사건은 수사기록만 19만 페이지에 달하는 등 사안이 방대하고 복잡한 만큼 3년 5개월간 106차례 재판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는 2만3000여개에 달하며, 80여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檢 "지배력 강화 위해 주주들에 손해 끼쳐"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합병 과정에서 시세 조종과 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이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등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결과적으로 이 회장이 그룹 내 지배력을 키우는 데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높였고, 이 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합병을 통해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도 봤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도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합병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등을 이유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李 회장측 "합병은 경영상 판단, 주주 이익에도 부합"

이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며, 합병 이후에도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 주주들도 이득을 봤다고 반박했다. 회계처리 방식도 국제회계기준을 따른 것으로,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에서 "두 회사가 합병할 당시엔 유가가 떨어지고 실적악화로 인한 어닝쇼크 등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삼성물산에선 침체 상황을 극복할 방편으로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면서 "이 부분은 법원도 인정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합병 전에 삼성 물산은 그룹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이 취약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합병하면 취약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고, 투자 자문사인 골드만 삭스도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이득이 된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직접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에 검찰과 이 회장 측은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부당합병, 분식회계 등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이 대해 이 회장 측은 "사업적으로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합병이었다"며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로 보나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맞섰다.

지난해 11월 17일 최후 변론에서 이 회장 측은 "회사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고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부 경영자,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허무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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