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2%대 물가상승률?…기름값·신선식품에 ‘발목’ [한양경제]
국내 기름값은 상승세 반등…전기요금도 상승 요인
“물가 상승률 다시 오를 가능성 있어” 우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새해 첫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앉으면서 고공행진 하던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설 대목을 앞두고 과일류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널뛰기하고, ‘중동지역 분쟁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도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국제 원유 가격 하락과 국내 서비스 가격 상승률에 기댄 측면이 있는 만큼 물가 하락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보다는 물가 잡기에 정책적 대응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 113.15(2020년 100기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한 것은 6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2.4%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같은 해 8월 3.4%로 1%포인트나 급등했다. 이후 3%대 후반으로 치닫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로 하락하다 2%대로 다시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2%대로 복귀한 것에 대해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지만 물가 하락 통계치의 이면을 보면 실상은 다르다.
가장 불안한 기운은 국제 유가와 함께 국내 유류 가격의 흐름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다섯째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ℓ)당 1579원으로 직전주와 비교해 15.3% 상승했다. 같은 기준 경유가는 1485.9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주보다 12.9% 상승한 수준이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17주만에 상승한 것이다. 이는 국제유가와 연동된 흐름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주유소 판매가는 국제유가의 흐름에 비해 2~3주 정도 후행한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후티 반군 등 친이란 세력과 미국과의 분쟁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주유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 휘발유 가격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이번 주 배럴당 82달러를 기록하면 전주 대비 2.1달러 올랐다.
정유업계는 이달 중순까지 2~3주간 판매가의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휘발유 가격의 인상 폭은 향후 커질 수밖에 없다.
6개월 만에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유가 하락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는 점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 진입한 데는 석유류 가격의 상승 둔화 기여도가 컸다.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나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가량 하락하도록 견인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유류가격 반등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 2%대 진입 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설 대목을 즈음해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신선식품의 물가상승률이 제어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안한 기운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2.8%의 2.8배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과일 물가상승률이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를 넘었다. 과일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를 기록했고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순이다.
곡물과 채소 등의 농산물 가격상승률도 각각 9.2%와 8.8%로 높았다. 특히 파 상승률은 60.8%로 전체 농·축·수산물 품목 중 가장 높았다.
최근 국내 농산물 유통 가격은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사과(후지·상품)의 도매가격(도매시장 내 상회 판매가)은 10㎏에 9만240원으로 1년 전 대비 98.4% 올라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도 15㎏에 8만900원으로 66.7% 올랐다. 사과·배의 높은 가격에 대체제로 꼽히는 귤·단감 가격도 크게 올랐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등도 불안한 요소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 또한 연료비 단가 하락에 따른 반사 이익인 만큼 적자 폭 축소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상승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물가 하락의 일등 공신은 국제유가이지만 농산물과 외식 물가는 올랐다”면서 “정부조차 근원물가는 하락했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재차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 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하반기까지 동결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라면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시차를 두고 모든 서비스 물가로 전이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고물가를 잡기에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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