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천논란’ 김경율 불출마 선언… 尹·韓 갈등 불씨 꺼지나

金 “당의 승리 위해 결심” SNS글
사무총장 “소신껏 결정” 외압 일축
이철규 “金, 본인 부각 부담느낀 듯”
韓 “봄 오면 김포, 서울 될 수 있어”
지방의대 신설 등 지역의료 공약

4·10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던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7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 위원의 마포을 지역구 출마를 띄운 지 18일 만이다. 김 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 불씨 중 하나였던 ‘사천 논란’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숙고 끝에 내린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결심”이라며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대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직접 김 위원을 소개하며 출마를 공식화했던 만큼 김 위원이 출마 뜻을 접은 것은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가 돼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일부 강성 진영에 있는 분들이 김 위원을 많이 공격해 온 것으로 안다”며 “우리 당 입장에선 신선한 자원인데 불출마까지 하게 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의 갑작스러운 불출마의 배경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표면적인 이유가 사천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N 시사스페셜 인터뷰에서 “김 위원이 아마 본인의 문제가 쟁점으로 계속 부각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끼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김 위원 자신의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한때 친윤계 일각에서 요구했던 김 위원의 비대위원직 사퇴와 관련해선 “문제는 이미 다 정리가 되고 물밑에 가라앉았는데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거론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소신에 따라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책임감 있게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 불출마 선언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잠재적 갈등의 씨앗이 정리된 점은 총선에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잘 정리된 것 아니냐”며 안도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의 출마 선언으로 지역구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돼 불쾌감을 표출했던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통화에서 “(김 위원 출마 선언이) 돌발적인 방식으로 선언됐기 때문에 논란을 자초했고 물의가 일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라도 ‘사천 논란’의 원인이 사라져 다행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마포을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 위원 불출마 선언을 두고 가요 ‘안동역에서’ 가사에 빗대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국힘아”라며 비꼬았다. 그러면서 “비겁하게 딴 사람 보내지 말고 ‘니가 와라 한동훈’”이라고 덧붙였다.

김포 찾은 韓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3일 경기 김포 라베니체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서형배 김포검단시민연대 위원장으로부터 김포·서울 통합 염원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포=뉴시스

여당은 주말 내내 총선 공약 띄우기에 주력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경기 구리를 찾은 데 이어 3일 경기 김포를 방문하며 ‘메가시티’와 ‘경기 분도’ 공약 불 지피기에 박차를 가했다. 한 위원장은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서울 편입도, 경기 분도도 해당 주민의 뜻을 존중해 모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총선공약개발본부는 4일 국회에서 ‘지역 모두 튼튼’이라는 이름으로 공약을 발표했다. 여당은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지역필수의사제 도입과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등의 제도적 기반이 되어 줄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확정되는 대로 지역 의대 신설도 추진하고 ‘스마트 공공 병원’도 육성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심야 약국의 약 배송 허용 등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지역 기회 발전 특구’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하는 등 지역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약도 내놨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