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 막고 필수의료 보상 강화…"방향 맞지만 실현 가능성 물음표"

강승지 기자 2024. 2. 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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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방향성에 공감하나 구체적인 지표와 모형 필요"
의료계, 혼합진료 제한 반발…정부 "과잉 의료 기준 마련"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건강보험 제도 운용을 '필수의료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전문가들은 방향성과 취지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혼합진료가 금지되는 데 대한 의료계 반발에 정부는 "의료 적절성을 따져 상세한 기준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지난 1일 공개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내용 일부가 또 제시되기도 했다.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인상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공정책 수가 △대안적 지불제도 등이 거론됐다.

난이도, 위험도, 숙련도, 대기·당직 시간 등을 고려해 수가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중증 진료체계·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의 성과를 평가해 차등 보상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에 별도의 '혁신 계정'을 도입하고 전체 요양 급여비의 2%에 달하는 2조원을 투입한다.

비급여 시장에는 칼을 들었다. 행위마다 명칭·분류 코드로 표준화해 권장가를 제시하고 일부 비급여·급여 '혼합진료'를 금지한다. 재평가로 비급여 진료를 퇴출 기전도 마련한다.

연간 의료 이용이 현저히 적다면 전년에 납부한 보험료의 10%(연간 12만원 한도)를 바우처로 지급하고, 의료 이용이 지나치게 많거나 필요도 낮은 의료 행위에는 본인부담률을 높인다.

이밖에 복지부는 2026년부터 건보 재정이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되리라 추계할 수 있다면서도 적정 보험료율·국고 지원 등 수입 확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분당 서울대병원 스마트 시뮬레이션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구체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방향은 바람직하나, 10조원을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의료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안적 지불제도에 대한 단편적인 사례나 개념만 제시됐다. 정책에 있어 구체적인 모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성과 중심의 대안적 지불제도와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당장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근본적인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방안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방향은 적절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를 표했다.

복지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방침에 의료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수입 감소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의사 본연의 의료행위를 제한하려는 위헌적인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과도한 진료비를 줄이려면 혼합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비급여 진료 환자들에게 급여 진료가 이뤄지니 건강보험 재정 낭비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뉴스1에 "비급여 진료와 의사를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행위"라며 "결코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동석 협의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의지는 알겠지만 행위별수가제로도 원가 이하의 수가가 지급돼 왔다. 의료전달체계도 확립되지 않은 상황으로 동네 의원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한데 재정적 한계로 급여권에 진입 못한 비급여 항목도 많다. 혼합진료 금지는 환자가 진료받지 못하게 하고, 필수의료 영역으로의 의사 진입도 막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선별적으로 상세하게 기준을 정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차관은 "도수치료 자체만으로 과잉진료라 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진찰료 내고 물리치료도 받고 도수치료를 한다. 하루에 2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사례가 의료적 필요를 넘어선 과잉 의료 행위 아니냐는 지적도 있으니, 선별적으로 상세하게 기준을 정하겠다는 게 박 차관 설명이다.

이날 대책에도 "미용의료 분야 시술 자격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최근 필러 시술 등을 간호사에게 개방한다는 보도들이 나오는 데 대해 박 차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침습적 의료 행위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담당하는 게 기본 원칙이고, 앞으로도 불변"이라며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국민 건강 관점에서 시술 자격 개선 등을 추진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전문가 중심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에 대한 해결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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