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韓 재난대응… 예방 부족·지자체 격차 '한계' [재난안전 대한민국 (7)]

김태경 2024. 2. 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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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관리 복구보다 예방 집중하고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속도내야

지난 2011년 규모 9.0을 기록했던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 전역에서 약 1만8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후다이'라는 마을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자만 발생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는 청년기에 거대 쓰나미를 경험했던 마을의 촌장 '와무라 고토쿠'가 주민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세웠던 15m 높이의 방조제 덕분이었다. 재난의 복구도 중요하지만 재난의 예측과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예방 예산 대폭 확충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난 관리는 피해 복구 중심이 대부분이어서 예방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 재난관리예산의 30%는 예방에, 70%는 복구에 쓰는데 비해 선진국은 70%를 예방에, 30%를 복구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뿐만 아니라 산사태, 폭우 등 자연재난의 모든 유형에 이런 예산편성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자연재해를 예방하는데 한게를 노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재난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재정수준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행정 재정적 지원이 달라 피해복구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역량만으로는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지역별 지원금의 차별 등 충분한 지원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국고 지원 기준 피해액의 2.5배를 초과하는 피해액이 발생하면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선포하면 일반 재난지원 외에 응급대책 및 재난 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상, 재정상 지원을 받게된다.

이때 활용되는 기준이 최근 3년 평균의 재정력지수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거두는 기준재정수입액을 기준재정수요액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지수가 클수록 재정능력이 좋은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재정상 지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따라 9.12 지진과 포항지진은 2차례 모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이재민들이 임시주거시설에서 퇴소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지자체 복구 지원금도 천차만별

이처럼 복구 지원금이 지역에 따라 달리 책정되고 집행되면서 이재민들이 복귀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재난관리를 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고베지진은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을 긴급응급 대응기, 1995년 8월부터 3년간은 복구기(가설주택 생활), 1998년부터 2000년 4월까지는 재건기(영구주택 전환), 이후부터 2005년까지는 본견 재건기 등 총 10년의 피해 복구와 지역재건을 실시했다. 동일본대지진은 복구보다 동북지역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10년 기한의 정부 임시조직 부흥청을 만들었으나, 2021년 다시 10년 기한을 연장했다. 다른 지진들도 통상 10년 이상 장기계획을 세우고 복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충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복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다는 주장이 높다.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에만 재난관리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과학적 재난안전관리를 거듭 강조한다. 2015년 도입된 '안전신문고'의 전체 신고건수는 2022년 565만4000여건으로 7년동안 약75배 이상 증가했다. 호우, 산불 등 재난상황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동영상을 통해 위험상황을 제보하고 있다. 이미 지역주민은 과학적 재난관리의 중요한 주체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마스크 대란''염화칼슘 가격폭등' 사례와 같은 위급 상황 시, 재난관리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잡·대형화되고 있는 각종 재난에 대비해 재난관리자원(물품·재산·인력) 및 공급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재난관리자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시행된 '재난관리자원법'이 그 해결책이다. 이 법은 재난관리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발생할때 이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지난해 1월 17일 제정·공포됐다.

관련법 시행으로 시설(부동산), 항공기, 선박 등 재난관리재산 및 기술 인력, 자원봉사자 등 재난관리인력에 대해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재난관리자원 관리를 강화할수 있게 됐다.

행안부 김광용 자연재난실장은 "염화칼슘, 수중펌프, 오일펜스 등 재난관리를 위해 필요한 물품뿐만 아니라 궤도굴착기, 고소작업차와 같은 고가의 장비와 보관이 어려운 장비도 국가재난관리지원기업 등의 지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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