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빅클럽도 거절했다…린가드 FC서울행 '미스터리'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고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을 지냈던 축구 스타 제시 린가드(31)가 한국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에 입단한다는 것은 확정적이다.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3일(한국시간) "린가드가 FC서울로 이적한다"는 소식과 함께 "Here we go soon"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트위터 등을 통해 유럽 축구 이적시장 동향을 다루는 로마노 기자는 이적이 확정된 소식엔 "Here we go"라고 적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린가드는 5일 FC서울 입단을 위해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던 린가드가 FC서울에 입단한다는 소식은 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주요 프로 스포츠 선수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스포트랙에 따르면 지난 시즌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린가드가 받은 임금은 주급 20만 파운드(약 3억3800만 원)에 연봉 1040만 파운드(약 175억 원). 이는 지난 시즌 FC서울 연봉 총액보다 비싼 수준이다. 지난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전봉에 따르면 지난 시즌 K리그1 모든 구단이 지출한 연봉 총액은 1385억 6712만 3000원이었으며, 서울은 132억 3965만 5000원으로 K리그1 구단들 중 세 번째로 많았다. 전북이 198억 767만 7000원으로 가장 많고 울산이 183억 4073만 1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린가드가 FC서울을 선택하는 과정이 더욱 큰 눈길을 끌고 있다. 스카이스포츠는 "린가드는 세리에A 빅클럽을 포함해 세계 26개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4일 전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린가드 영입에 나선 세리에A 빅클럽은 라치오다.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직접 뛰어들어 린가드 영입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라치오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 이어 세리에A 준우승을 거두고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섰으며 현재 16강에 올라 있는 팀. 나머지 25개 팀은 잉글랜드 팀들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대부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잉글랜드 밖이지만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린가드가 요구하는 금전적인 부분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는 팀이다. 스카이스포츠는 "린가드는 FC서울이 아닌 다른 모든 구단의 이적 제안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누빌 기회와 '오일 머니'를 포기하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영국 매체들은 '충격적인 이적' '이해하지 못하는 이적' '미스터리한 선택'이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린가드는 지난해 6월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어떤 구단도 배제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엔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난 꾸준한 출전 시간을 원한다. 간절하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직감을 따를 것이다. 그냥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다. 난 여전히 성공에 목말라 있다"고 출전 시간이 간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린가드가 한국으로 이적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호기심 많은 린가드의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린가드는 유럽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축구와 문화를 경험하기를 바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눈여겨봤고, 한국 수도이자 문화 중심인 서울을 연고로하는 FC서울과 접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2011년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린가드는 숱한 임대 생활을 지냈다. 가능성은 있지만 맨유 주전으로 올라서기엔 조금씩 모자랐다. 잠재력만 있었을 뿐 확실한 존재감은 아쉬웠다.
여러 구단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비 알비온, 더비 카운티 등 여러 팀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맨유 1군 공식 데뷔는 2014-15시즌이었지만, 본격적으로 1군에 들어간 것은 그 다음 시즌부터다.
린가드는 뛰어난 재능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감을 갖게 했다.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 능력이 훌륭했다. 하지만 그 외에 확실한 장점이 없는 소위 ‘작은 육각형’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건 지난 2017-18시즌이다. 당시 총 48경기서 13골 7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33경기서 8골 6도움을 기록했는데, 선발로 20경기에 나서면서 팀 내 입지를 자랑했다.
이러한 활약을 통해 잉글랜드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무려 32경기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나섰다. 잉글랜드의 4강행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잉글랜드가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 린가드가 출전했고, 그중 4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경쟁자들에게 밀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입지가 줄었던 린가드는 지난 2020-21시즌 웨스트햄에서 선수 생활 터닝포인트를 세웠다. 데뷔전 득점을 시작으로 7경기에서만 5골 2도움을 몰아넣었고, 웨스트햄에서 16경기 9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맹활약에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재승선했다. 이에 솔샤르 감독이 린가드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완전 영입하겠다는 웨스트햄의 의지를 꺾고 린가드를 다시 팀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올드 트래포드로 돌아온 뒤 영향력이 다시 줄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이든 산초 등의 합류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2021-22시즌 총 22경기에서 2골 1도움에 그쳤고, 프리미어리그 16경기 중 선발 출전은 단 2경기뿐이다.
2022년 6월 린가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이 만료됐을 때 ESPN은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AC밀란 등이 린가드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솔샤르 감독은 "우린 린가드를 좋게 보고 있기 때문에 재계약을 희망한다"고 했지만 린가드는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팅엄 포레스트 유니폼을 입었다.
린가드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시절을 떠올리며 새 팀에서 터닝 포인트를 노렸으나 2022-23시즌 20경기에서 2골 2도움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 17경기 중 12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리그 18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경기에 나선 건 총 3경기(60분)에 그쳤다. 이에 노팅엄 포레스트는 시즌을 마치고 린가드와 결별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노팅엄 포레스트가 린가드에게 계약 연장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에 대한 대가로 경기장에서 많은 것을 얻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린가드가 노팅엄 포레스트와 결별하고 자유계약신분으로 풀리면서 여러 구단이 린가드에게 접근했다. 임대 시절 린가드를 주축으로 활용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이끄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행선지로 언급됐지만 린가드는 사우디아라비아리그로 이적을 추진했다.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에티파크와 전지훈련 참가 계약을 맺으면서 이적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외국인 선수 제한이 문제가 됐다. 알이티파크와 계약이 무산됐고 린가드에게 관심을 뒀던 다른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 역시 외국인 선수 제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린가드는 다시 새로운 행선지를 찾아야 했다.
소속팀을 찾지 못한 린가드는 결국 팀을 구하지 못하면서 2023-24시즌 전반기를 통째로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셀프 홍보에 나섰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훈련하는 모습을 정기적으로 공유했다. 최근에는 영업까지 했다.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적료가 들지 않는 FA신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일부 주축 선수들의 연봉을 삭감했을 만큼 재정 상황에 문제를 겪고 있어 백업 선수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만한 여력이 없는 분위기다. '더 선'은 "린가드가 바르셀로나에 자기 자신을 영업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로 1월 이적 시장이 제한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린가드는 바르셀로나에서 뛴다면 커리어를 다시 이어 가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린가드 뜻대로 안 됐다. 린가드의 바르셀로나행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린가드는 에이전트까지 해고했다. 새로운 에이전트와 다시 한 번 소속팀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FC서울은 조영욱과 일류첸코, 윌리안 등이 있지만 나상호가 일본 J리그 마치다 젤비아로 이적하면서 빈틈이 생겼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린가드가 공격진에 큰 힘을 보탤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기동 감독은 BBC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2~3주 전에 린가드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단장에게 물었더니 접촉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계약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만약 린가드가 온다면 K리그에 좋을 것이다. 외국인 팬들도 K리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린가드는 최근 축구를 하지 않았다. 당장 큰 활약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가 온다면 적응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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