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잘못했지만…" `영업정지 불복` 시간끄는 건설사들

김남석 2024. 2.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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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동부건설 법적 대응 예고
수주 잔액 쌓기 위한 꼼수 절차
김남석 금융부동산부 기자

지난해 4월 발생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건설사들이 무더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고 당시 시공부실을 인정하고, 시공사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던 건설사들은 모두 처분에 불복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이 사고가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 품질 저하, 초과 하중 때문에 발생했다고 봤다. 모두 '기본' 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단보강근은 설계 과정이든 시공이든 누락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고, 콘크리트 품질 저하는 이미 1년 전 붕괴사고에서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사안이었다. 초과 하중은 '이 정도는 버티겠지'라는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정황을 고려해 아파트 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GS건설과 동부건설, 대보건설에 토목건축·조경공사업 영업정지 8개월을 처분했고, 상하건설과 아세아종합건설은 각각 철근·콘크리트 공사업과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 영업정지 8개월을 결정했다.

국토부는 작업이 없었던 밤 시간대에 붕괴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 명시된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킨 경우 최대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최고 양형을 내렸다.

GS건설은 앞서 서울시로부터 별건의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아 총 9개월 영업정지를 받게 됐다. 하지만 책임을 통감한다던 GS건설은 처분 직후 입장문을 내고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처분 청문에서 모든 소명을 다했지만 시공사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GS건설 측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설계상의 오류나 관련법상 감경사유 등을 내세워 영업정지 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으로 봤다.

동부건설과 대보건설 등 공동도급사로 참여한 다른 건설사 역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은 이미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과는 무관하다"며 소송을 예고했고, 다른 공동도급사 역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행정처분을 받은 건설사 내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야기한 GS건설과 공동도급사의 처벌 수위가 같은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영업정지는 결국 수주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소명에도 업계는 국토부가 최고 양형인 8개월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동일한 사유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고, 특히 3년 연속 비슷한 대형 사고가 건설업계에서 발생한 것까지 고려하면 국토부 역시 처분을 낮춰주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법적 대응이 그저 '시간벌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처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고, 감경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지만 우선 소송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을 미루고 수주 잔액을 쌓아놓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우선 소송을 해 시간을 끄는 것이 의례적"이라며 "실제 사고가 발생한 뒤 행정처분이 내려지기까지 1~2년, 소송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또 2~3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심까지 가게 되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이슈 축소와 함께 수주잔고를 늘리는 것이 보통"이라며 "소송에서 이겨 행정처분이 사라진 경우도 있지만, 최근 중대재해 등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시공사 대부분이 사고 발생 3~4년이 지난 때까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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