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 지배구조 흔드는 `늑대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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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법원 1심 선고가 5일 예정된 가운데 재계 1위 삼성의 지배구조가 '먹튀'를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들로부터 또다시 위협 당하고 있다.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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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뭉쳐 집중공격
실형땐 계열사 먹잇감 될수도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법원 1심 선고가 5일 예정된 가운데 재계 1위 삼성의 지배구조가 '먹튀'를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들로부터 또다시 위협 당하고 있다. 엘리엇의 공격 이후 9년 만이다.
지난 2015년 삼성과 2018년 현대자동차 경영권 위협으로 재미를 봤던 헤지펀드들은 이번에도 뭉쳐서 삼성을 노리는 이른바 '울프팩(Wolfpack)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울프팩 전략은 늑대(이리)가 무리를 지어 사냥하듯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 한 기업을 집중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 지분을 확보한 뒤 물밑에 숨어있다가 투자자들을 규합해 일시에 공세에 나서는 '저비용 고효율' 공격법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고, 2021년 4월부터 작년 11월 결심 공판까지 총 106번에 이르는 재판이 열렸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행 등으로 불출석한 11번을 제외하고 총 95번 출석했다. 검찰은 작년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삼성의 경영 시계는 이 회장이 앞서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354일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뒤 가석방될 때까지 211일 등 총 565일 동안 사실상 멈춰 있었다. 이후 이 회장은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취업제한 등이 풀렸고, 같은 해 10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 보폭을 다시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매주 열리는 재판 출석으로 해외 출장 등 현장 경영에는 여전히 족쇄가 채워져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안다자산운용,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한 해외 기관투자가는 삼성의 사실상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31일 1조원대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이들 헤지펀드는 "이 정도로는 저평가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요구했다.
화이트박스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끌고 있다. 작년 말 영국계 행동주의펀드인 팰리서 캐피탈 역시 주주 환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는데, 이 회사를 이끄는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엘리엇 출신이다.
재계에선 헤지펀드들의 이같은 공세가 이 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검찰은 삼성물산 합병이 기업가치보다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는 헤지펀드들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행동주의 펀드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주가가 오르면 몇달내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다른 주주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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