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견제구를 더 던지기도"…'KIA→한화→SSG→롯데' 꿈에 그리던 고향팀으로 온 '부산 토박이'의 미소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일부러 견제구를 한두 번 더 던지기도 했어요"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2월 17일 "좌완 투수 임준섭을 영입했다"고 공식발표, "임준섭의 마운드 운영 경험과 안정적인 제구 등 좌완 투수로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임준섭은 지난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선택을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임준섭은 입단 첫 시즌에는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으나, 이듬해 36경기(18선발)에 등판해 4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하며 경험을 쌓았고, 이듬해 29경기(24선발, 1완봉)에 나서 56승 11패 평균자책점 6.06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가능성을 드러낸 임준섭은 2015시즌 중 김광수의 반대급부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 KIA에서는 16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 중이었는데, 임준섭은 유니폼을 바꿔 입은 직후 6경기를 모두 실점 없이 막아냈고, 그해 22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한화로 이적한 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임준섭은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고, 2018시즌에서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이후 임준섭은 한화 불펜에서 쏠쏠한 역할을 해냈는데, 2020년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으로 크게 부진하더니 2021시즌에도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97로 좋지 못한 흐름을 끊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2022시즌이 끝난 뒤 '칼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한화에서 방출됐다.
2020-2021년 크게 부진했지만, 여전히 좌완 불펜 요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있었던 임준섭은 SSG 랜더스로 이적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41경기에 등판해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한 뒤 또다시 방출을 당했는데, 이때 좌완 불펜 요원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롯데가 손을 내밀었고, 임준섭은 돌고돌아 '고향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겨울 롯데에 합류하게 된 임준섭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괌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게 됐고, 4일까지 총 두 번의 불펜 피칭에 임하며 2024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산대연초-부산중-개성고-경성대까지 부산에서 자라온 임준섭은 4일 두 번째 불펜 피칭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남에서 "너무 좋다. 시즌이 시작되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서면 실감이 날 것 같다"며 꿈에 그리던 고향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큰 기쁨을 드러냈다.
롯데가 이번 겨울 임준섭을 비롯해 진해수까지 영입하면서 그동안의 '숙제'였던 좌완 불펜 요원을 확보하면서 김태형 감독은 보다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사령탑은 4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완 불펜 투수들이 정말 좋은데, 그래도 중간에 좌완 투수들이 하나씩은 들어가야 된다"며 진해수와 임준섭의 합류를 반겼다. 임준섭도 "타팀에 있을 때 롯데가 좌완 불펜 투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학창 시절을 모두 부산에서 보낸 뒤 고향팀으로 돌아오게 된 기분은 어떨까. 임준섭은 "형들도 있지만, 동생들도 많은데 모든 선수들이 말도 많이 걸어주고, 팀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말 편하다. 오랜만에 부산 사투리를 들으니까 좋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사투리가 세다. 부산 토박이지만, 부산을 떠난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 부분만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계속해서 임준섭은 "그동안 팬덤이 센 KIA와 한화, SSG에서 뛰었지만, 롯데에서는 더 기대가 된다. 상대편 더그아웃에서 봤을 때도 (팬들의 응원이) 장난이 아니었다"며 "그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롯데에 꼭 오고 싶었고, 부산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 만약 선수 생활을 그만두더라도 고향에서 살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운이 좋게 부산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고향팀으로 오게 됐으나, 중요한 것은 좋은 모습을 통해 꾸준함을 보여주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 무대를 밟은 이후 여러 팀을 전전했던 만큼 임준섭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4일 두 번째 불펜 피칭에서는 김태형 감독이 "페이스를 천천히 올려라"라고 할 만큼 의욕적으로 캠프에 임하고 있다.
임준섭은 "1년, 1년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제 어리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여줘야 한다. 올해 목표는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다 같이 잘해서 달려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사직구장의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것이) 엄청 기대가 된다. 상대팀으로 있을 때도 (사직에서 던지는 것이) 재밌었다. 내가 부산 사람이라서 그런지 상대팀으로 있을 때 일부러 견제구를 한두 번 더 던지기도 했다. 이제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며 고향팀에서의 성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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