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 암표 막을까

한겨레 2024. 2. 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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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는 부정한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대량으로 사들인 입장권이나 탑승권 등을 말한다.

명절 기간의 열차표나 인기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 등은 암표상들이 주로 노리는 목표물이다.

이러한 암표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이다.

최근 암표 문제로 소극장 공연을 취소한 가수 장범준은 다음 공연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입장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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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김기만 |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암표는 부정한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대량으로 사들인 입장권이나 탑승권 등을 말한다. 명절 기간의 열차표나 인기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 등은 암표상들이 주로 노리는 목표물이다. 공급은 한정돼 있지만 수요가 폭발하는 경우 암표는 더욱더 기승을 부린다. 표가 매진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암표 거래로 실수요자들이 불편함을 겪는다.

암표상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했다. 과거에는 경기장이나 기차역의 매표소 앞에서 종이 티켓을 사고파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주로 거래된다. 대부분의 예매 과정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면서 암표상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기업화된 암표상들은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활용해 표를 싹쓸이해 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인기 가수들의 공연 예매는 ‘피 튀기는 전쟁터’에 비유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매진된 표는 암표상들에 의해 웃돈이 붙어 팔린다. 예매에 실패한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가보다 몇배나 비싼 가격에 암표를 살 수밖에 없다. 공연 주최 쪽은 본인 확인을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암표에 대응하고 있지만, 암표 거래 수법은 그보다 더 빨리 진화하고 있다. 최근 암표 거래는 돈을 받고 표를 넘기는 방식에서 나아가 표를 구매한 계정 자체를 넘겨 본인 확인 절차를 피하고 있다. 이러한 암표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이다. 엔에프티를 입장권 예매와 보관, 입장 확인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 암표 문제로 소극장 공연을 취소한 가수 장범준은 다음 공연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입장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입장권 정가의 3배가 넘는 암표가 거래되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공연 주최 쪽만 아니라 카드사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 힘을 보탰다. 예매는 선착순이 아니라 추첨으로 이뤄진다. 공정한 추첨을 위해 검증 가능한 난수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 간 계약 기술인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추첨 과정은 모두 블록체인상에 기록된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수정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모바일 앱 기반의 예매 절차도 사재기를 막는다. 자동 입력 프로그램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앱 회원 가입 때 본인 인증을 거쳐 복수 계정 사용을 막는다. 매달 1인 1장의 표만 살 수 있다. 예매와 보관, 사용 등 모든 과정은 앱 안에서 이뤄진다. 표를 앱 외부로 유출해 재거래하는 시도도 막을 수 있다. 좌석은 현장에서 무작위로 배정된다. 엔에프티로 표를 발행하면 큐아르(QR)를 통한 입장권 확인도 쉬워진다. 관객들이 줄 서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예매부터 입장까지 모든 과정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암표를 막기 위한 법 개정도 예정돼 있다. 다음달 22일부터 개정 공연법이 시행된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확보한 입장권을 부정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블록체인은 투명한 분산장부를 통한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기술이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다. 블록체인상의 거래는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없이도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는 시공간의 제약도 없다. 거래 내역을 임의로 바꿀 수 없어 부정 거래 내역도 발각되기 쉽다. 여러모로 암표상들에게 불리한 시스템이다. 대체불가능토큰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점차 늘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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