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가는 소방관, 4465명 “자살 생각했다”… 10명 중 4명 PTSD·수면장애·우울증

강주리 2024. 2. 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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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문경 화재에서 보듯 동료의 죽음과 참혹한 인명 피해를 반복적으로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소방관 10명 중 4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수면장애,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한 소방관 중 2만 3060명(43.9%)은 PTSD, 우울증,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중 적어도 1개 이상에서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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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분당서울대병원, 2023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조사’

2만 3060명 정신질환 호소… 43.9%
PTSD·우울증 조사 이래 두 번째로 많아
‘문제성 음주’ 2년 연속 상승… 26.4%
8.5%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자살 생각’
최근 10년간 소방관 126명 극단 선택
입직 5년 미만 소방관 자살 5년간 절반
정신과 치료받은 소방관 작년 8034건
대형사고 늘지만 치료비 예산 5.9억뿐

눈물 흘리는 소방관 - 3일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 참석한 한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형 사고 현장에서 동료들을 잃는 아픔은 소방관들에게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는다. 2024.2.3 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소방관 - 3일 오전 10시쯤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 참석한 한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형 사고 현장에서 동료들을 잃는 아픔은 소방관들에게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는다. 2024.2.3 연합뉴스

최근 경북 문경 화재에서 보듯 동료의 죽음과 참혹한 인명 피해를 반복적으로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소방관 10명 중 4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수면장애,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고위험군은 4.9%,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도 8.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 고위험군 2587명… 전체 5%
1년간 외상 사건 노출 평균 5.9회

소방청은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과 지난해 3~5월 소방공무원 5만 2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설문에 응한 소방관 중 2만 3060명(43.9%)은 PTSD, 우울증,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중 적어도 1개 이상에서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었다. 질환별(복수 응답)로 보면 PTSD 6.5%(3412명), 우울 증상 6.3%(3323명), 수면장애 27.2%(1만 4297명), 문제성 음주 26.4%(1만 3681명)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PTSD와 우울 증상, 수면 문제는 각각 1.6% 포인트, 1.3% 포인트, 2.6% 포인트 줄었지만 PTSD와 우울 증상의 경우 2022년을 제외하면 설문조사를 처음 시행한 2015년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수면 문제는 최근 5년 내 두 번째로 질환자가 많았다. ‘폭음’ 등 문제성 음주는 지난해 2년 연속 증가세다.

자살 고위험군은 2587명,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은 4465명이었다.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최근 10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은 126명에 이른다. 특히 근무 연수 5년 미만 소방관의 자살 비중이 최근 5년간 절반을 넘었다.

최근 1년간 근무하면서 외상 사건(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노출된 평균 횟수는 5.9회였다. 1년간 15차례 이상 외상 사건을 경험했다는 소방관 비율은 10.7%였다.

화재 진압 후 소방관. 연합뉴스

긴축 재정 속 정신과 치료비 예산 동결
소방심신수련원 2026년에야 준공
“대형사고 출동 부담 가중…지원 늘려야”

소방관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소방심신수련원이 2026년 강원 강릉시에 준공된다. 유사 기능을 하는 경찰수련원이 충남 보령시와 전북 부안군, 인천 강화군, 제주 제주시 등에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상 기후 등 대형 사고에 대한 출동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치료 지원 시스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는 2015년부터 매년 전체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3 인사혁신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소방공무원 수는 6만 4498명으로 미응답등은 제외했다.

소방청은 병원을 찾아 정신건강진료를 받는 소방공무원들에 전액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소방공무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건수는 8034건이다. 올해 예산은 5억 6000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예산이)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입은 소방공무원들을 감안해 지난해에는 소폭 늘었지만 올해에는 재해·재난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긴축 재정을 이유로 동결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고 김수광 소방장(왼쪽)와 고 박수훈 소방교의 모습. 대형 사고 현장에서 동료들을 잃는 아픔은 소방관들에게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는다. 소방청 제공
순직 소방관 맞이하는 동료들 -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열린 3일 오전 영결식에 앞서 고인들의 직장인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운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사고 현장에서 동료들을 잃는 아픔은 소방관들에게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는다. 2024.2.3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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