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이버·카카오 없이 못 사는데?”…도대체 왜 자꾸 규제해 [뉴스 쉽게보기]

신화 기자(legend@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2. 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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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불편해질까요? 구글과 애플의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된 삶도 상상하기 어렵죠. 그만큼 온라인 세상에서 이런 ‘거대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요.

특정 기업들의 힘이 너무 강해질 땐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법이에요. 그래서 정부는 이런 거대 공룡 플랫폼 기업들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는 않는지 특별 관리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어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의 초안을 다음 달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어요. 공정위는 독과점의 폐해를 막고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해요. 플랫폼법은 거대 정보기술(IT) 플랫폼들이 특정 산업을 독점하지 못하게 더욱 철저히 감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대요.

구체적으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 업체들에 4가지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어요. 4가지 반칙 행위에는 이용자가 경쟁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행위,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를 우대하는 행위 등이 포함됐어요. 만약 규제 대상인 플랫폼 기업에서 반칙 행위를 할 경우 매출액의 6~10%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래요.

정부에서 플랫폼법 만든다는 이유
사실 이렇게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아도, 공정위에서는 이미 기업들의 독과점 행위를 감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굳이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가면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고 하는 걸까요?

정부는 ‘플랫폼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독과점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일단 독과점이 자리 잡으면 새로운 업체가 성장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독과점이 진행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돼요. 선택권이 줄어들기도 하고, 수수료 부담이 높아질 수도 있죠.

네이버나 쿠팡에서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애플과 구글에서 앱을 내려받을 때 이용자들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요. 사실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무료 서비스 등을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조금씩 이용 가격과 수수료를 높여 가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어요. 물론 이 플랫폼 업체들이 소비자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투자한 노력이나 비용을 수수료를 통해 보상받는 건 당연하지만, 이렇게 플랫폼 수수료가 오르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죠.

전 세계에 부는 플랫폼 규제 바람
사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규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거대 IT 플랫폼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지난 2022년에 통과시켰고, 일본 등 국가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죠.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건 오는 3월에 시행을 앞둔 EU의 디지털시장법이에요. 디지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들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데, 애플은 3월부터 유럽에서 앱스토어 통제 정책을 일부 완화한다고 밝혔어요. 지금까지 애플은 고유의 앱 마켓(앱스토어)를 만들고 애플 제품 사용자는 여기서만 앱을 내려받도록 유도해 왔어요. 그런데 이제 유럽에서는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 마켓에서도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어요. 또 앱 안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는 ‘인앱 결제’ 도 강제할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어떤 기업이 규제받는 거야?
사람들의 시선은 그래서 어떤 회사가 ‘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어요. 원래 정부는 10개 이상의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정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최근에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4~5개 정도로 간추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해요.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1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 서로 경쟁하는 2~3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합했더니 75% 이상인 경우(점유율 10% 미만 사업자를 계산에서 제외)등이 포함돼요.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상 한 분야를 지배하는 업체라고 생각하면 돼요.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요.

사실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이 규제 대상이 될지도 이슈였는데요, 이들 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해요. 앞서 말했듯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어야 해요. 그런데 쿠팡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원톱’ 기업임에도 지난해 점유율이 24.4%에 그쳐요. 최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국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고요.

배민의 경우 지난해 점유율은 60%를 넘어섰지만, 배달 시장 자체가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알려졌어요. 배민의 연간 매출은 2022년 기준으로 약 2조원으로, 네이버(8조원)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그쳐요.

우리 기업 성장 막히는 거 아냐?
플랫폼법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영향력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을 사고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은 해외 거대 기업들로부터 자국 시장을 지킨다는 목적이 컸어요. 유럽에는 덩치가 큰 IT 플랫폼 기업이 없는데, 구글, 애플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유럽에 들어와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구글 등 해외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도 규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요. 우리 기업들이 더 무럭무럭 커야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생기는데, 이런 규제로 성장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에요.

다음 달 플랫폼법이 공개된다고 해서 바로 법이 시행되는 건 아니에요. 누구를 규제 대상으로 정할 건지도 아직 논의를 거쳐야 하고요.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법 시행까지 1년가량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과연 플랫폼법이 시행된 뒤 우리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소비자들이 더 많은 선택권과 편리함을 누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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