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닥공' 보여드릴게요…연말엔 LPGA 도전"
작년 평균 비거리 2위·버디 1위
공격적인 플레이에 팬들 열광
가능성 없어도 쳐야 직성 풀려
올해 더 화끈한 경기 펼칠 것
김효주·저스틴 토머스 롤모델
모든 구질 갖고노는 선수 되고파
LPGA 본선 직행 못해도 도전
황유민(21)의 플레이에는 ‘돌아가기’가 없다. 일단 지른다. 163㎝의 작고 여린 몸으로 평균 257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어떤 위치에서든 무조건 그린과 홀을 노린다. 화끈한 플레이를 펼치며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고, ‘돌격대장’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정작 황유민은 “작년은 골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아쉬웠던 해”라고 털어놨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즌 초반에는 드라이버샷이 흔들리면서 OB를 적잖이 냈고, 후반에는 자신 있던 어프로치에 자신감을 잃었다. 제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웠다는 자신의 평가와 달리 황유민이 남긴 기록은 눈부시다. 루키로서 한 번의 우승과 여덟 번의 톱10을 만들어내며 상금랭킹 1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경기 내용은 더 화끈하다.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위(257야드), 라운드 평균 버디 1위(3.62개), 버디율 1위(20.15%), 파브레이크율 1위(20.37%)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따박따박’ 정석적인 골프를 치는 선수가 대다수인 KLPGA투어에서 보기 드문 ‘닥공 플레이어’ 등장에 골프팬들은 열광했다. 지난해 말 KLPGA투어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진행된 인기상 투표에서는 슈퍼스타 박현경(24)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대세’임을 증명했다. 그는 “인기상 투표 결과에 깜짝 놀랐다. 제 플레이를 좋아해 주는 팬을 만나면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황유민과 김민별(20), 방신실(20)은 ‘슈퍼루키 3인방’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황유민은 “민별이는 꾸준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가 장점이고, 신실이는 쇼트 게임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어린 나이에도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점도 부럽다. 저는 경기가 잘 안 풀리면 모자도 바꿔 쓰고 표정에 많이 드러나는 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도전정신 하나는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강한 것 같다”고 자부했다.
황유민의 도전정신이 드러나는 한 장면. 지난해 10월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KLPGA투어 상상인·한경TV오픈 3라운드 18번홀에서 황유민은 세 번째 샷을 앞두고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이날 하루에만 7타를 잃은 상태에서 두 번째 샷으로 친 공이 그린 옆 해저드 입구에 멈췄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라면 벌타를 받고 드롭할 위치였지만 황유민은 물속으로 들어가 곧바로 홀을 겨냥했다. 라이가 좋지 않았던 탓에 공은 그린 턱에 걸렸고 결국 보기로 홀아웃했다.
황유민은 “당시 79타를 치고 있었는데 여기서 드롭하면 칩인을 하지 않는 이상 80타가 되는 상황이었다. 80타는 정말 남기고 싶지 않은 기록이었다”며 “결국 보기로 80타를 쳤지만 도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에도 안 될 것 같지만 꼭 쳐보고 싶은 샷들이 있다. 저는 확률이 낮아 보여도 꼭 쳐보는 편”이라며 “직접 쳐봐야 경험이 되고 몸으로 익히게 된다. 안전함 때문에 이 같은 도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정규투어에서 맞는 두 번째 시즌, 황유민은 “다승이 목표”라며 “더 화끈한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를 위해 샷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루키 시즌에는 기복이 컸다. 일관된 구질이 나오게 훈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랜 꿈이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랭킹 59위인 그는 “세계랭킹 75위 안을 유지해 본선으로 직행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예선부터 치르더라도 반드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민의 롤모델은 김효주(28)와 잰더 쇼플리(31·미국), 저스틴 토머스(31·미국)다. 모두 작은 체구에 장타와 감각적인 플레이를 겸비한 선수다. 특히 토머스에 대해 “다양한 구질을 사용하면서 공을 잘 가지고 노는 선수”라며 “제가 닮고 싶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제 경기를 보는 분들이 ‘저기서 저걸 하네?’ ‘저 샷을 해내네?’라고 말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어요. 그리고 큰 선수가 되더라도 예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예의 바른 사람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켜봐 주세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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