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셀틱 듀오' 양현준-오현규, 기다리니 조커 재능 발휘…'골든골'만 남았다

▲ 호주전에서 첫 교체 출전으로 아시안컵 출전 기록을 남겼던 양현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은 피로 회복에 집중하며 7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과의 단판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요르단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4강 자체가 처음이라 초과 성과 달성이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타키지스탄과 8강전이 1-0 승리로 끝난 뒤 기뻐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등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한국도 연이은 두 차례 연장 승부에서 뒤집기에 성공하는 희열을 안고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우승 도전 중이라 의지가 상당하다. 요르단이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컨디션 100% 아닌 한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주와의 8강을 통해 한국은 일부 선수들의 가능성, 특히 교체 카드로 나와 분위기를 180도 바꿔주는 자원들의 신뢰를 확인했다. 꾸준히 투입됐던 홍현석(KAA헨트)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체력 저하를 잘 메웠다. 중원에서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황인범은 패스 실수로 실점 빌미를 제공했지만, 동료들이 믿음을 갖고 승부를 뒤집어 한결 편하게 웃었다.

가장 인상 깊은 교체 출전은 양현준(셀틱)이었다. 강원FC 측면 공격수였던 양현준은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 셀틱으로 이적했다. 8강에서 이란에 패퇴한 마에다 다이젠(셀틱)에게 밀려 교체 출전으로 기회를 얻고 있지만, 실력 차제는 나쁘지 않은 측면 공격수다.

후반 40분 김태환(전북 현대)과 교체로 들어간 양현준은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턴)이 차 넣으면서 1-1 동점, 연장전에 들어가자 진가를 발휘했다.

김태환이 들어가면서 대형을 정비한 클린스만호였다. 중앙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가 김영권(울산 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사이로 들어와 스리백의 스위퍼 역할을 하면서 양현준은 설영우(울산 현대)과 윙백이 됐다. 앞선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호흡하며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해줬다.

클린스만호 선발진, 특히 공격 2선은 정상적이면 손흥민-이재성(마인츠)-이강인-황희찬으로 구성된다. 양현준이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유리하다.

대회 내내 대기 명단에 있었던 양현준은 호주전 연장전을 소화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플랫4에 기반한 4-2-3-1이나 4-4-2 전형에서 아직은 선발을 꿰차기 어려워도 그토록 바라던 흐름을 바꿀 조커로 충분히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호주전에서 제대로 알렸다.

요르단전 역시 같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37분 코너킥을 막다가 박용우가 자책골을 넣었다. 추가시간 집중력 저하로 볼을 멀리 처리하지 못했고 야잔 알 나맛(알 알리)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낮게 깐 슈팅에 실점했다.

하지만, 스피드 있고 드리블 능력이 좋은 양현준이 요르단전에 나선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재능을 발휘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선발진과 교체 자원의 실력 차가 있다고 지적하던 일부 여론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다.

양현준과 마찬가지로 교체로 나서는 오현규 역시 영광의 순간만 기다리고 있다. 연장 후반 양현준의 결정적인 측면 패스가 왔고 오현규는 다리를 밀며 슈팅하려 했지만, 이미 볼이 지나간 뒤였다.

아쉬움에 탄식했지만, 아직 시간 많고 기회도 충분한 오현규다. 지난 2022년 11월 아이슬란드전을 통해 데뷔해 이제 서서히 대표팀 고정 자원으로 들어온 오현규다. 데뷔골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힘이 좋고 상대 수비수와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는 오현규다. 요르단전에 후반 교체로 나서 22분을 뛰면서 상대를 다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친 형님들을 대신해 활력소가 된다면 기다렸던 골이라는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다.

결승을 바라보는 대표팀이다. 반대편 대진이 개최국 카타르와 페르시안의 표범 이란이다. 상대적으로 이란이 전력 우세라 결승에 오른다면 만날 가능성이 있다.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힘으로 공격하는 이란에 절대 밀리지 않을 오현규다.

이번 대회는 추가시간이 두 자릿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이런 경험을 계속하고 있고 선수들의 피로도 자연스럽게 누적되고 있다. 조금 더 신선한 오현규가 요르단을 상대로 올 기회에서 킬러 본능을 보여준다면 형들의 귀여움을 더 얻을 수 있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김지수(브렌트포드), 김주성(FC서울) 두 중앙 수비수가 1분도 뛰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 이순민(대전 하나시티즌), 공격수 문선민(전북 현대), 골키퍼 송범근(쇼난 벨마레)도 계속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이탈한 김승규(알 샤밥) 골키퍼를 대신해 조현우(울산 현대)가 메우고 있는 것처럼 이들도 선발 출전은 어렵지만, 교체로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출전에 대한 욕망이 클린스만호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