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정원 수년째 꽁꽁 묶여 … 답 안나오는 재판 지연

이승윤 기자(seungyoon@mk.co.kr) 2024. 2.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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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확대 개정안 국회 표류
"판사 늘면 검사 증원 불가피"
野, 검찰 비대화 우려에 반대
법관정원 3200명 5년째 동결
재판 지연에 과로사 부추겨
이달 통과 안되면 법안폐기
신규 임용 90명 그칠수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재판받을 권리'의 주요 해결책인 법관 정원 확대가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 여야가 법관을 증원하면서 동시에 '검사 정원도 늘릴 것이냐'를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이달 중순에 예정돼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치고 폐기되면 올해 신규 법관 임용 규모는 두 자릿수에 그칠 수밖에 없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 논의는 지난해 7월 소위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법률안은 법관 정원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370명 늘려 3584명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늘어나는 재판 수요에 맞추기 위해 5년째 3214명으로 묶여 있는 정원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법관 정원 법안의 발목이 잡힌 것은 같이 제출된 '220명의 검사 정원 확대'와 연동하는 것에 대해 여야 의견이 갈려서다. 지난해 7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도 재판 지연을 말하고 있다. 판사 정원이 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판사 정원법을 먼저 통과시킬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형사재판부가 증설되면 검사 정원도 확대돼야 한다"며 법안을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고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법원 측은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법관 정원법이라도 우선 통과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신임 법관은 2020년 158명, 2021년 157명, 2022년 139명, 2023년 123명 등 세 자릿수로 선발돼왔지만 올해 법률 개정이 안 될 경우 두 자릿수 선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3214명) 대비 현원이 3121명으로 93명만 미달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올해 민사 단독사건 전담법관 3명을 뽑았고, 이후 고위법관 인사에서 18명의 퇴직, 법관 정기인사에서 57명의 퇴직이 확인됐다. 올해 신규 법관 임용 관련 법률 서면 작성 평가 접수는 지난 1월에 이미 시작됐지만 올해 10월 최종적으로 몇 명을 뽑을 수 있을지는 법안 통과 여부에 달려 있어 불확실하다.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라 법원에 '젊은 피'를 수혈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흘러가고 있다. 올해는 '법조 경력 5년 이상' 요건이 적용되는 마지막 해다. 내년부터는 '법조 경력 7년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만 판사가 될 수 있고,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역량 있는 법조인이 민간 시장에서 변호사를 7년 이상 한 후 소득 감소를 감수하며 판사로 전향하기가 쉽지 않고, 고령화된 '신입 판사'를 다시 교육하는 과정에서 재판의 질이 더욱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후 '재판 지연 해소'를 제일 중요한 과제로 꼽고 각종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지방법원 법원장들이 솔선수범해서 재판을 직접 맡도록 한 점이 대표적이다. 올해 고위법관 인사에서는 법원장과 수석판사, 수석부장판사가 먼저 보임해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무 분담 장기화, 재판 업무 배정 등을 직접 챙기도록 했다. 재판 지원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보강하고 정보기술(IT)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법관 정원 논의는 판사들의 과로사와 재판 지연이 이슈가 되던 2021년 법원행정처가 '각국 법관의 업무량 비교와 우리나라 법관의 과로 현황' 자료를 공개하면서 불붙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법관 수는 2966명으로 독일(2만3835명), 프랑스(7427명), 일본(3881명)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수를 고려한 2019년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한국이 464.07건으로 독일(89.63건)의 약 5.17배, 일본(151.79건)의 약 3.05배에 달했다.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법관 1인당 사건 수로 인해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이 저해되고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심리주의를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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