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군사망 보복 공격 개시 … 대선前 강한 리더십 노려
이라크·시리아·예멘 등 100여곳
영미연합군, 이란 본토제외 타격
전쟁원치 않는다면서 보복 공격
이란 "美전략적 실수" 반발
5일 긴급 안보리 소집 요청
이란 수위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미군 요르단기지를 공격해 3명의 군인을 사망하게 한 중동 친이란 세력에 대해 미국이 대대적으로 보복 공격을 개시했다. 미군은 이라크·시리아뿐만 아니라 영국과 연계해 홍해를 위협하는 예멘 반군에도 차례로 맹폭을 가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약한 이미지를 벗고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작전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지난 2일 오후 4시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및 관련 민병대를 공습하고, 3일에는 예멘 반군에 대한 추가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미군에 드론 공격이 감행된 점을 고려하면 6일 만에 반격한 것이다.
먼저 이라크와 시리아의 로켓, 미사일 시설 및 무기 창고 등 7개 지역 85곳을 타격했다. 미군은 미국 본토에 있던 전략폭격기 B-1 랜서와 함께 다수의 전투기를 동원했고, 125개 이상의 정밀무기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 지시에 따라 미군은 IRGC 및 IRGC 연계 민병대가 미군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시설을 공격했다"면서 "우리의 대응은 오늘 시작됐으며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동이나 세계 다른 곳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만약 미국인을 해치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는 걸 알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에는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호주, 바레인, 캐나다 등이 참전해 홍해 상선을 위협하고 있는 예멘 반군에 대한 공격이 단행됐다. 공격 대상은 예멘 반군의 13개 지역 36개 군사시설이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번 공습은 후티의 공격 능력을 저하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 선박 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시리아에서는 25명, 이라크에서는 1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직접 공격을 받은 시리아와 이라크는 '주권 침해'라고 반발했고, 예멘 반군은 반격을 예고했다. 이란 외무부는 "시리아·이라크 공격은 역내 긴장과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보복 공격을 비판하며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3일 EU 외교장관회의 후 "모든 당사자는 (중동 지역의) 사태가 폭발적으로 악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홍해 새 군사작전에서 공격 없이 상선 보호 임무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대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란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대리 세력만을 폭격하면서 '골디락스' 접근법으로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골디락스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뜻하는 표현이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대적인 보복 공격으로 '유약한 지도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부터 촉발된 중동 위기가 확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국 BBC와 인터뷰한 브래들리 보먼 민주주의수호재단 국장은 "공격을 미리 암시하면서 미국은 이 작전에 너무 강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골디락스'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세인 이비시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군인 사망 후 일주일이나 보복을 미룬 것에 대해 "미국이 이란 내부 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는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세게 공격하되,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타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공화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은 "허약하다. 그런 태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크웨인 멀린 오클라호마주 상원의원은 "억지력은 지연된 반쪽짜리 조치가 아니고 뱀의 머리를 떼어내는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주문했다.
한편 미국은 친이란 세력에 대한 보복 공격을 추가로 전개할 계획으로 그 수위에 따라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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