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프로 꼈더니 … 바닥서 천장까지 고화질 화면
12개의 카메라 사방에 달아
고해상도 화면 눈앞에 띄워
3D영상 트니 완벽한 몰입감
앱아이콘 바라본 순간 선택
엄지·검지 붙였다떼면 실행
무게탓 10분만에 뒷목 욱신
500만원 육박 가격은 걸림돌
"카메라를 통해서 내가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아이폰 제조사 애플의 새로운 제품 '비전 프로'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난 2일(현지시간). 애플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처음 착용해본 사람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기자도 약 30분 동안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 프로의 주요 기능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비전 프로는 세련된 디자인의 스키용 고글처럼 생겼다. 하지만 고글처럼 투명한 유리가 아니다. 고글 전면에 위치한 카메라가 외부를 촬영해 고글 안쪽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너무 뛰어나 카메라로 보는 게 아니라 실제 내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과거에는 가상현실(VR) 기기라고 불리던 비전 프로 같은 제품들이 최근에는 혼합현실(MR) 기기로 불리는 이유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전면 허공에 13개의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이 등장하는데 아이콘으로 눈동자를 돌려 쳐다보기만 해도 앱이 선택된다. 선택된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를 모아 꼬집는 행동을 취하면 앱이 실행된다. 비전 프로 안쪽에 위치한 카메라가 사용자의 눈동자와 손가락 움직임을 항상 주시하고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사진, 파노라마 사진, 3차원(3D) 사진, 3D 동영상을 보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미지의 높은 해상도에 깜짝 놀라게 된다. 파노라마 사진의 경우 전체 시야로 확장하면 내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3D 동영상은 일반적인 동영상보다 훨씬 생생하게 당시 모습을 재현해준다.
비전 프로는 영상을 감상할 때 가장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화면을 거의 천장에 닿는 높이까지 키워서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 애플에서 데모용으로 공개한 '몰입형 영상'은 진짜 공룡을 만나는 것처럼 실감 났다. 대형 TV의 경쟁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전 프로는 독립적인 기기가 아닌 '애플 생태계'에 추가되는 새로운 기기로 봐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전 프로를 '얼굴에 착용하는 아이패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만 무게감과 높은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고글처럼 목 뒤쪽에 걸치는 밴드 하나로 기기를 지탱하는 '솔로밴드'로 착용하게 되는데 무게가 전면에 쏠리고 안면에 압박이 커서 10여 분만 착용해도 목에 뻐근함이 느껴진다. 애플은 솔로밴드 외에 머리로도 무게를 분산시키는 듀얼 루프밴드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비전 프로 기본 제품은 3500달러(약 470만원)지만 각종 액세서리를 더 구매하면 6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얼리어답터나 개발 목적의 구매자가 아니라면 비상식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결국 앞으로 얼마나 가격을 낮추고 좋은 개발자들이 킬러 앱을 만들어주느냐에 비전 프로의 미래가 달렸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오늘 만나는 내일의 기술(Tomorrow's Technology Today)'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8년간 연구한 애플의 최신 기술을 담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애플 비전 프로 출시와 함께 VR 콘서트 앱을 출시한 어메이즈VR의 이승준 대표는 "애플 비전 프로는 아이폰이 일반 휴대폰을 대체했듯, TV와 모니터를 대체할 개인화 기기"라고 평가했다. 2007년에 나온 1세대 아이폰은 139만대가 팔렸지만, 2009년 아이폰 3GS가 2073만대 판매된 것처럼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수록 비전 프로가 대중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일 뉴욕 맨해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매일경제TV와 만나 "많은 한국의 애플 사용자들이 비전 프로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는 언제 출시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출시하겠다"고 답했다.
또 그는 "사용자는 마법 같은 제어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며 "착용 즉시 사용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월부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뉴욕 김용갑 매경TV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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