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사는 옛말"···브룩필드, 인프라까지 영역 넓힌다

박시은 기자 2024. 2.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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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가치' 가산동 데이터센터 조성
지분 65% 출자···MS 임차인으로 확보
2년전 가스설비 1조원 인수 뒤 2호 빅딜
박준우 대표 영입 후 투자 기회 적극 물색
박준우 브룩필드자산운용 동북아 인프라투자 대표 겸 한국법인 대표. 사진 제공=브룩필드자산운용
[서울경제]

국내에서 부동산 투자로만 잘 알려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최근 인프라와 기업 투자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조(兆) 단위 규모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최근 서울 가산동 데이터센터 개발 착공에 돌입했다. 지난 2022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1조 원에 인수한 이후 국내에서 단행한 두 번째 경영권 투자다. 브룩필드가 국내에서 벌이는 첫 개발 사업이기도 하다.

가산동 데이터센터 개발은 국내 건설사인 대림그룹과 공동 투자한 사업이다. 브룩필드가 지분 65%를 출자해 경영권을 소유하고 대림그룹의 지주사인 DL이 35%를 투자해 부지 선정·시공 작업을 맡았다. 준공 목표 시점은 내년이다. 이번 투자는 국내 데이터센터 개발 기회를 엿보고 있던 브룩필드와 주택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을 타개하려던 대림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시작됐다.

이 데이터센터는 이미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국 법인을 임차인으로 확정했다. 초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만큼 인수 자금도 수월하게 조달했다.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에 모두 글로벌 금융회사만 참여했다. 브룩필드와 대림그룹은 해당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약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브룩필드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100% 자회사 DCI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여러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우량 임차인 한 곳만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국내 IT·금융·e커머스 기업들의 수요도 많아 투자 매력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대림그룹이 개발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대림

IB 업계는 브룩필드 한국 법인이 2021년 박준우 동북아 인프라투자 대표 겸 대표가 합류한 이후 국내 IB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입사하며 자본시장에 첫 발을 디딘 인물이다. 2010년부터는 한앤컴퍼니 창립 멤버로 활약하며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라한호텔 인수 거래 등을 주도했다. 이에 반해 운용 자산규모가 8500억 달러(약 112조 원)에 달하는 브룩필드는 그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부동산 투자가로만 알려져 있었다. 2016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를 2조 5500억 원에 인수한 것이 그 대표 사례다.

아시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 아래 박 대표를 눈여겨 보던 브룩필드의 캐나다 본사는 3년 전 그를 전격 영입했다. 한국 법인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 인프라 투자 대표직까지 맡기면서 최종 의사 결정 권한에 힘을 실어줬다.

박 대표는 브룩필드에 합류한 이듬해 곧바로 SK머티리얼즈에이플러스가 매각한 가스설비를 사들였다. 브룩필드의 국내 첫 경영권 거래이자 매매가만 1조 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브룩필드는 이후에도 또 다른 조 단위 거래였던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매각 입찰에도 뛰어들었다.

한편 브룩필드는 현재 IFC의 전체 자산 가운데 콘래드 서울 호텔만 따로 떼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콘래드 서울 호텔 인수 후보는 지난해 12월 1차 입찰 이후 ARA코리아, 그래비티자산운용, 블랙스톤, 케펠자산운용 등으로 좁혀졌다. 앞서 2022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조 1000억 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하려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발을 뺐다. 브룩필드는 2조 2800억 원에 달하는 IFC 담보 대출이 올해 만기를 앞두고 있어 IFC의 다른 자산들도 차례로 매각할 방침이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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