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증권형 토큰 시장 활성화될 경우 부산 배치 가능"

정유선 기자 2024. 2.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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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증권형 토큰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부산 배치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취임 이후 3년 여간 재임한 한국거래소(KRX) 손병두 이사장은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14일 이임을 앞둔 손 이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소회를 들었다.

그는 금융중심지를 지향하는 부산의 방향이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부산 금융중심지 어젠다를 시작한 지 30년 가까이 돼 가는데 금융 공공기관 집적 등 성과를 냈지만 민간금융이라든지 유동성 자체를 부산으로 쏠리게 하는 데까지는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산이 가진 장점, 잠재력을 활용하기에 금융이란 어젠다가 과연 최적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도라도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RX도 제가 온 이후 새로운 기능은 부산이 중심이 되도록 해야겠다 해서 부산 본사에 중앙청산소(CCP)와 거래정보저장소(TR)를 설치하는 등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이 내세운 ‘글로벌 허브도시’의 한 축인 글로벌 금융창업도시를 위해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면서 “거래소는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를 통해 부산 소재 핀테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등을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이 4일 서울 여의도KRX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연초부터 화두가 된 공매도 이슈에 대해선 “지난해 기울어진 운동장(담보이율, 상환기간), 공매도 전산화 관련 토론회도 두 차례 개최했는데 금융당국과 업계, 개인투자자간 시각차가 크므로 각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간접투자 중심인 외국과 달리 우리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며 “그분들이 보기에 불공정한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불공정성을 해결해야 한다. 이는 시장 신뢰와 연관이 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 불신을 해소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제도 개선을 하려는 것이고, 그런 다음 ‘이 정도면 됐다. 믿고 투자할 만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엔 다른 나라처럼 정상화를 하는 수순을 밟아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 원천 차단을 위한 전산화 요구가 나오는데 대해선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무엇이 효율적인 방법인지 등에 대한 의견 차가 있다.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속 방지 시스템을 예로 들며, “도로에서 과속을 막기 위해 자동차가 스쿨존에 들어서면 자동적으로 시속 30㎞로 줄였다가 다시 고속도로 들어서면 100㎞로 달리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이 경우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것) 아니면 단속 카메라를 더욱 촘촘히 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식으로 억제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가 커서 소통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등과 함께 구축중인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은 “공매도 금지가 6월까지니 그 전에는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며 “만약 그게 안 되면 계속 금지하겠다고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고 정부의 의지도 있으니 속도를 내야 할 것”라고 말했다.

음원저작권,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소액으로 사고파는 ‘조각투자’ 방식의 신종증권 상장매매를 취급하는 신종증권시장이 서울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속하게 된 것과 관련해선 향후 시장 활성화를 전제로, 부산 이전 가능성도 열어놨다.

손 이사장은 “지금은 파일럿 프로젝트처럼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단계인데 과연 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인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민간에서 하고있는 분산 원장 기반의 디지털 토큰은 놔두고 좀 신뢰성 있는 시장 확보 차원에서 유가증권 시장의 하부시장으로 가져온 차원”이라면서 “이게 정착이 된 다음엔 부산으로 이전을 할 수도 있고, 부산에서 최근 비증권형 특허 시장 개설을 한다고 하니 나중에 충분히 협업할 수 있고, 잠재성은 확실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움은 “취임 직후엔 주식 시장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그 점이 아쉽다”면서 “시장 신뢰 회복 얘기는 초창기부터 했는데 그 이후 주가조작 사태 등이 터지면서 회복이 많이 못 된 부분들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시장 신뢰 회복과 주주가치 존중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선 불공정거래나 불법공매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상장기업 주가가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한국 기업들이 주주를 너무 무시한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다”면서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주주들과 상의 없이 배터리 부분 물적 분할한 사례 등이 대표적인데 기업이 주주 가치를 경시하는 부분부터 해소해야 디스카운트 해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관선 부산시장을 지낸 부친(손재식 전 장관) 덕분에 동래고를 3학기 가량 다녔다. 당시 학교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거래소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서울 부산을 오가며 근무했는데 “옛날 지낼 때보다 부산을 더 알게 되고 훨씬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퇴임 후 1년간은 거래소 경영고문을 맡게 됐다. 매일 출퇴근하진 않아도 돼 좀 여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식도 가서 볼 거고 시간 많으니 부산에 자주 갈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손 이사장은 차기 금융위원장으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이 4일 서울 여의도KRX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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