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미국 대사관 웨이보 계정, 中인민 30만이 '좋아요', 왜?

김희정 기자 2024. 2.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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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여론 단속을 강화하자 주중 미국 대사관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네티즌의 배출구로 떠올랐다.

중국과 전혀 무관한 내용의 게시물에 중국의 경제 상황이나 증시 폭락에 대한 불만이 댓글로 줄줄이 올라오고 있는 것.

예컨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같은 날 기업환경 개선을 주제로 웨이보에 올린 국무회의 관련 게시물에는 댓글이 없다.

주중 미 대사관 계정에 달린 무더기 댓글은 인민일보가 중국에 "낙관주의"가 넘쳐난다는 기사를 게재한 직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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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여론 통제에 네티즌 증시 폭락 등 불만 표출
"비판 허용되지 않으면 칭찬은 무의미하다" 댓글도
지난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텐진 나들이 소식을 전한 소셜미디어 계정 '시진핑의 순간들'(Xi's moments)

중국 당국이 여론 단속을 강화하자 주중 미국 대사관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네티즌의 배출구로 떠올랐다. 중국과 전혀 무관한 내용의 게시물에 중국의 경제 상황이나 증시 폭락에 대한 불만이 댓글로 줄줄이 올라오고 있는 것.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늦은 오후까지 기린 보호에 관한 주중 미 대사관의 웨이보 게시물에 5만3000명의 사용자가 댓글을 달았고 이들 댓글이 총 30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좋아요'가 가장 많은 댓글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칭찬은 무의미하다"였다 . 다른 네티즌도 중국 주식 시장의 저조한 실적을 "카지노", "처형장"이라고 부르며 한탄했다. 한 사용자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쓰기도 했다.

중국 국가기관이나 국영미디어의 웨이보 공식 계정은 일반적으로 댓글 기능이 비활성화돼있거나 선택된 피드백만 표시한다. 예컨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같은 날 기업환경 개선을 주제로 웨이보에 올린 국무회의 관련 게시물에는 댓글이 없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해 12월 경제 상황에 대한 여론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부 역시 부정적인 여론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중 미 대사관 계정에 달린 무더기 댓글은 인민일보가 중국에 "낙관주의"가 넘쳐난다는 기사를 게재한 직후 올라왔다. 신문은 "인민의 이익, 행복감, 안전감이 크게 향상됐다"며 '민생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시진핑 주석이 춘절을 앞두고 톈진을 방문해 거리의 구경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례적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 만에 나온 기사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지난주 2018년 이후로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중국 증시는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3년 연속 하락해 중국과 홍콩 양쪽에서 시가총액이 총 6조달러 이상 증발했다.

이에 당국의 검열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웨이보에 직접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중국의 서민들은 너무 힘들다"며 "권력을 가진 자들은 높고 강하며 평민의 삶과 죽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한 후 더 이상 중국을 사랑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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