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총리에 IRA 집안 출신…사상 첫 ‘민족주의자’ 임명

홍석재 기자 2024. 2.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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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에서 사상 처음 '아일랜드의 통일'을 내세우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인사가 새 총리로 임명됐다.

영국 가디언 등은 3일 북아일랜드 의회가 아일랜드 미셸 오닐(47) 신페인당 부대표를 총리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1921년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에서 분리된 뒤엔 줄곧 연방주의 정당(신교)이 민족주의 정당(구교)을 누르고 의회 주도권을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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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신페인당 부대표가 3일 의회에서 총리에 임명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아일랜드에서 사상 처음 ‘아일랜드의 통일’을 내세우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인사가 새 총리로 임명됐다. 아일랜드 역사상 중요한 정치적 지각 변동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가디언 등은 3일 북아일랜드 의회가 아일랜드 미셸 오닐(47) 신페인당 부대표를 총리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오닐 총리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오늘은 새 여명을 알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저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봉사하고,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신페인당은 2022년 5월 총선에서 득표율 29%로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며 총리 지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영국 연방에 남아야 한다는 제1야당인 민주연합당(DUP)이 ‘브렉시트’ 뒤에도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EU)인 아일랜드 사이에 사람과 물품의 이동을 둘러싼 엄격한 국경 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백스톱 조항'에 불만을 품고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해왔다. 북아일랜드에선 민족주의 정당과 연방주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날 제1야당이 지명하는 부총리에는 에마 리틀펜겔리가 임명됐다.

영국은 16세기 아일랜드를 침공한 뒤 구교도들이 살던 북아일랜드에 자국 신교도들을 대거 이주시키며 신·구교 간의 갈등이 이어져왔다. 1921년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에서 분리된 뒤엔 줄곧 연방주의 정당(신교)이 민족주의 정당(구교)을 누르고 의회 주도권을 잡아왔다. 이들 간의 대립으로 인해 1972년 영국 공수부대가 북아일랜드 시민 14명을 사살하는 ‘피의 일요일’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족주의 세력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아이알에이)을 중심으로 무장 저항을 이어왔다. 1998년엔 수도 벨파스트에서 “북아일랜드인들의 뜻에 (영국) 귀속 문제를 맡긴다”는 ‘벨파스트 합의’를 이뤘지만,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돼왔다. 신페인당은 아이알에이의 정치 부분을 모체로 하는 민족주의 정당이다.

오닐 총리의 아버지는 아이알에이의 일원이었고, 그의 사촌 가운데 한명은 아이알에이로 활동하다 영국 공군특수부대(SAS)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닐 총리는 벨파스트 평화협정 이후의 정치 1세대로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앞세워왔다.

로이터 통신은 4일 “2022년 총선에서 신페인은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주택 문제 같은 일상적 이슈로 선거운동에서 성공을 거뒀다”며 “오닐의 등장은 수십년 유혈 분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정치 세대로의 전환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닐 총리도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도, 되돌릴 수도 없지만 더 나은 미래는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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