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한강벨트에 공천 신청 몰린 尹 정부 출신들···‘2차 윤·한 갈등’ 촉발되나
현 정부 인사, 험지 대신 양지에 쏠려
‘윤심 아바타 공천’으로 비칠 우려도
국민의힘이 지난 3일 지역구 공천 신청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공천 전쟁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 출신들이 영남과 서울 강남, 한강 벨트에 대거 나서며 현역 의원들과 불꽃튀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 전략이 부딪힐 경우 지난달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데 이어 ‘2차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전날 마감한 253개 지역구 공천 신청에 총 858명이 참여해 평균 경쟁률은 3.35대 1이었다. 비공개로 설정한 9명을 제외하고 남성 736명, 여성 113명이었다.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은 65개 지역구에 278명이 지원해 4.28대 1로 경쟁률이 높았다. 수도권은 전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3.55대 1였다. 반면 약세 지역인 호남은 28개 지역구에 21명이 지원해 0.75대 1에 그쳤다.
공천 신청자가 1명으로 컷오프(공천배제)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공천을 확정지은 지역구는 44개였다. 현역 중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이상민(대전 유성을)·추경호(대구 달성)·송석준(경기 이천)·이양수(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박정하(강원 원주갑)·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이 포함됐다. 전직 의원 중 나경원(서울 동작을)·오신환(서울 광진을) 전 의원이 나홀로 공천 신청을 했다. 황정근 당 윤리위원장은 윤리위원장 사퇴 후 입당해 경북 안동·예천에 공천을 신청했다.
공천 신청 집계 결과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영남에 대거 몰렸다. 검사 출신의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하태경 의원이 떠난 부산 해운대갑을 선택했다. 황보승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중·영도에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성근 전 총리 비서실장이 경쟁한다. 경북 구미을(현역 김영식 의원)에는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과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 등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2명이 몰렸다.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박형수)엔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이, 경북 김천(송언석)에는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경북 상주·문경(임이자)엔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도전장을 냈다.
영남에선 현 정부 출신 인사들을 분산하는 교통정리도 이뤄진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출마 지역을 주 전 비서관과 경쟁하던 해운대갑에서 부산진갑으로 바꿨다. 당에선 부산진갑 현역인 중진 서병수 의원에게 부산 험지인 북강서갑 출마를 요청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에선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강남3구·분당과 한강벨트에 몰렸다. 서울 강남을엔 대통령 측근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나서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격돌한다. 서울 마포갑엔 인재영입위원으로 활동한 시대전환 출신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이 경쟁한다. 서울 중·성동을에선 하태경 의원과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붙는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을에,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경기 성남 분당을에 이름을 올렸다.
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야당 강세 지역에 나서 싸우지 않고, 당선 가능성이 큰 양지에 몰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국민들께 좋게 비칠리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총선 후에도 당에 대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는 분석과 애초에 영남 출신 인사들이 정부에 다수 기용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함께 나온다.
공천 과정에선 현역 의원과 정부 출신 인사들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이 대폭으로 물갈이되더라도 현 정부 인사들이 그 자리 다수를 차지하면 혁신보다는 ‘윤심 아바타 공천’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전체 총선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역 의원들이 제3당으로 이탈하거나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투표에서 배신 투표를 할 수도 있다.
공천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뜻과 여론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한 위원장이 ‘윤심 공천’ 평가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의 뜻에 반해 정부 출신 인사들을 솎아내면 ‘2차 한·윤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여당 내에 팽배하다. 그럴 경우 현역 의원들이 대통령에 맞서 ‘친한동훈(친한)파’로 결집할 것이란 분석도 당내 일각에서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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