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재팬엑스포 지붕아래 K브랜드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4. 2. 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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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함께 국내 소비재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팬엑스포는 매년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하는 일본 문화·콘텐츠 축제로 입장권 수입만 하루 수백억 원에 달하는 민간 행사다.

K콘텐츠의 힘이 세지면서 재팬엑스포도 K콘텐츠를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중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K웹툰이다.

지난해 재팬엑스포엔 국내 웹툰 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크게 부스를 차리고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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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함께 국내 소비재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수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동남아와 달리 한국 기업들이 유독 자신 없어 하는 시장이 '유럽'이다. 국내 소비재 기업의 수출 담당자들과 얘기해보면 유럽 소비자들의 문화 장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얼마 전 주한 프랑스대사관 관계자에게 유럽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K상품은 무엇인지 물었다. 당연히 K푸드, K팝 또는 K드라마를 얘기할 줄 알았다. 그의 대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는 '웹툰'을 꼽았다. 실제 한국 웹툰의 인기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재팬엑스포'를 살펴보면 체감할 수 있다. 재팬엑스포는 매년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하는 일본 문화·콘텐츠 축제로 입장권 수입만 하루 수백억 원에 달하는 민간 행사다. 참가자들은 일본 '망가'뿐 아니라 음식 등 다양한 일본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올해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7월 열릴 예정이다.

K콘텐츠의 힘이 세지면서 재팬엑스포도 K콘텐츠를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중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K웹툰이다. 지난해 재팬엑스포엔 국내 웹툰 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크게 부스를 차리고 참여했다. 한국 기업은 재팬엑스포에 참가하면 안된다고 '갈라치기'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로고가 등장하는 재팬엑스포 소개글을 읽고 있으면 불편한 건 사실이다. 일본 네티즌도 K콘텐츠가 일본 문화에 묻어가려 한다고 불만이다.

유럽, 특히 프랑스 소비자에게 심긴 일본 문화의 뿌리는 깊고 단단하다.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는 유럽의 인상파, 후기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빈센트 반 고흐가 대표적인 화가다. 그가 그린 '탕기 영감의 초상'에는 일본 판화가 배경으로 여러 점 등장한다. 고흐의 '빗속의 다리'는 우타가와 히로시게 목판화의 모작이다. 프랑스의 유명 박물관을 찾으면 19~20세기 서양미술사에 영향을 미친 자포니즘(Japonism)을 설명하지 않는 도슨트를 만나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면 유럽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K브랜드는 어떻게 다가서야 할 것인가.

언제까지 자포니즘의 아류로 '재팬엑스포'의 지붕 아래에 머무르고 있어야 하나. 사실 그 해답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수출전략회의에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며 "콘텐츠를 패션, 관광, 식품, IT까지 연계해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도록 범부처 간 협력을 통해 수출기업을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부처 간 칸막이가 여전하다. 예를 들면 '식품' 수출 부서에선 식품박람회 참가만 고집하는식이다. 대통령이 "같이하라"고 했지만 각 부처의 실무자들은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전년 대비 계약 및 상담 실적을 수치로 보여주기 위해선 '단기 성과'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

유럽의 소비자가 좋아하는 K콘텐츠를 다양한 상품과 접목시킬 국가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어쩌면 전략은 이미 세워져 있다.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보고 안되고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지시가 허망한 구호로 그치지 않게 된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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