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일본의 초라한 퇴장, 경기장 밖에서 이미 지고 있었다[스경X도하메일]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일본이 이란에 1-2 역전패를 당하며 2023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다. 이란이 강한 상대라고는 하지만, 경기 막판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내준 골은 분명 우승 후보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단지 선수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일본은 대회 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대회 전 대표팀 소집에 탐탁지 않아 하던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의 발언으로 일본 대표팀의 균열이 먼저 감지됐다. 구보는 대회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시즌 중에 개최돼 유감이라면서 “내게 급여를 주는 팀은 레알 소시에다드다. 이런 토너먼트 대회에 불리면 참가할 의무가 있고, 강제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뛰는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도 EPL 시즌 중 대회가 열리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구보와 도미야스의 이번 대회 활약은 리그에서 활약과 비교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구보는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의 잦은 턴오버로 공격 흐름이 끊기곤 했다. 이란전 센터백으로 나선 도미야스는 경기 막판 이타쿠라 코(뮌헨글라트바흐)와 공중볼 처리를 미루다 페널티킥(PK)을 내주며 역전패의 빌미를 줬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리더십도 신통치 않아 보였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크로아티아와의 승부차기 때 선수들에게 키커 순서를 정하게 한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감독이 승부차기 순번도 지시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부 일본 기자들은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에 가면 그때도 선수들이 순번을 정하게 할 것이냐며 모리야스 감독의 리더십을 지적했다.
대표팀 핵심 전력인 이토 준야(스타드 랭스)의 성폭행 혐의 불거졌을 때 일본축구협회(JFA)의 오락가락 행정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JFA는 이란전을 앞두고 이토의 소집 해제를 결정한 지 채 하루도 안 돼 다시 잠정 철회했다. 이후 다시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도 하차 결정을 내렸다.
앞서 JFA가 이토 성폭행 혐의 관련 보도가 나간 지 얼마 안 돼 대표팀에서 소집 해제를 했을 때만 해도 대회 전 황의조(노팅엄) 불법촬영 혐의 사태로 홍역을 치러던 대한축구협회의 행정과 비교해 신속한 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오락가락하면서 혼란만 키웠다. 일본은 경기를 치르기도 전부터 패배로 가는 길로 향하고 있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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