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9년 전 ‘심의 보류’로 중단된 한강 리버버스, 재추진 배경은?

김원진 기자 2024. 2.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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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추진 과정서 SH와 사업비 분담해
통과 어려운 중앙투자심사 우회 지적
선착장만 평가한 경제성 분석도 논란
작년 시 투자심사위 “대중교통 대안으로 창피”
서울시가 올해 10월부터 운행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한강 리버버스 조감도. | 서울시 제공

9년 전 정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심의 보류’(재검토) 판단을 받은 뒤 중단됐던 서울시의 ‘한강 리버버스’ 사업이 재추진 과정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사업비를 분담하면서 시 자체 투자심사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업성이 부족한 리버버스 사업 전반이 아닌 선착장에 대해서만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올해 10월 사업 시작을 앞둔 서울시가 중앙투자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 쪼개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SH공사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리버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체 투자심사만 진행했다. 광역지자체가 추진하는 총 사업비 300억원 이상 사업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2015년 서울시가 리버버스를 첫 추진할 때에는 총 사업비가 317억원으로 중앙투자심사를 받았다. 당시 ‘심의 보류’ 판정 이후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와 사업이 중단됐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시 재정 208억원이 직접 들어가는 리버버스 선착장 건설에 대해서만 자체 투자심사를 받았다. 광역지자체가 총 사업비 40억~300억원를 투입하는 사업은 광역지자체가 꾸린 심사위원들에게 자체 투자심사만 받으면 된다.

선착장 건설 외 1대 당 30억원 가량의 리버버스 구입 등 주요 사업은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리버버스 운영사 지분을 51% 소유해 추진한다.

서울시가 시 재정을 투입한 리버버스 선착장만 떼어내 경제성 분석을 한 것도 논란거리다. 서울시에 따르면 리버버스 사업 전반이 아닌 선착장만 민간에 별도로 용역을 맡겨 경제성 분석을 실시한 결과 ‘1.77’이 나왔다. 2018년 3월 리버버스 사업 전반에 대한 경제성 분석 결과가 ‘0.42’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과값이 ‘1’ 보다 크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이로인해 서울시가 SH공사와 사업비를 분담하면서 통과가 까다로운 중앙투자심사를 우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 중앙투자심사의 사업 통과율은 2022년 기준 73.8%다. 반면 광역시도의 자체 투자심사에선 통과율이 92.6%에 달한다. 특히 SH공사 등 지방공기업은 지방공기업법령에 따라 민간에 용역을 맡겨 사업 타당성 평가를 한 후 지방의회만 통과하면 해당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가 2018년 3월 공개한 ‘한강 리버버스’ 사업 타당성 평가 결과 자료. | 서울시 제공

중앙투자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지자체의 ‘사업 쪼개기’는 감사원 지적사항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총 사업비가 아닌 일부 비용만 기재하거나 사업쪼개기로 부실한 자체심사를 이용한 사례’를 여럿 지적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업을 쪼개 평가를 하는 건 사업성을 부풀리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고 했다. 한 지자체 사업 평가 전문가도 “대중교통은 수송분담 정도가 경제성 분석의 가장 큰 관건”이라며 “리버버스의 예상 하루 수송 분담률은 0.02% 밖에 안돼 사업 전체 경제성 분석을 하면 결과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포 빠진 ‘한강 리버버스’ 10월 첫 운행…출·퇴근 활용도는 ‘글쎄’
     https://www.khan.co.kr/local/Seoul/article/202402011139001

지난해 10월 진행된 서울시 자체 투자심사위에서는 심사위원들의 반대가 컸던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교통수요를 감당하는 대안으로 내놓기엔 너무 엉뚱하고 창피”, “보도되면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200억의 예산을 그냥 도전한다고 하기엔 좀 크지 않나요?”, “추진 일정이 섬세함이나 실효성이 전혀 없는 계획”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서울시가 밀어붙여 시 투자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원들은 당시 “무조건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막 진행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는 거네요”라고 말하며 사업을 통과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투자심사를 우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SH공사가 추진하는 사업도 의회를 거쳐야 하는 등의 심의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대수입 확보 등 경제성 분석을 할 때 저희한테 유리한 부분도 빠졌기 때문에 선착장에 대해서만 평가를 진행했다고 해서 결과가 과장됐다고 보진 않는다”며 “지난해 자체 투자심사를 받을 때와 달리 일정·노선 등 많은 부분이 보완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시 자체 투자심사 회의록 자료. | 서울시 제공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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