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꽃' 장동윤 "저의 꽃이요? 아직 안 피었어요…꽃봉오리는 있다 생각해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 믿음에 의심은 없어요. 더디지만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동윤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극본 원유정 연출 김진우)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 '모범가족', '추리의 여왕', '슈츠', '좋아하면 울리는 2' 등의 김진우 감독과 참신한 필력의 원유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장동윤은 극 중 거산군청 씨름단 소속 태백급 선수 김백두 역을 맡았다. 김백두는 과거 씨름 신동이라 불렸으나 현재는 변변한 타이틀 하나 없는 별 볼일 없는 선수. 그런 그는 2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하며 씨름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이날 장동윤은 "촬영 끝난 지 한 달이 넘어서 거의 두 달 가까이됐다. 우리 멤버들도 다 계속 친하게 지내서 본방 보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래서 실감이 안 난다. 그동안 백두로 지낸 시간들이 너무 재밌었다"며 "특히 나는 본가랑 너무 가까워서 힐링하며 촬영했다. 너무 소중한 작품을 무탈하게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장동윤이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본이 주는 재미는 물론 정확한 메시지와 방향성도 담긴 힐링 드라마. 물론 대본만이 좋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장동윤이 인간냄새나는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매력을 찾아주는 이들의 반응 역시 한 몫했다.
씨름선수 김백두 역을 위해 장동윤은 무려 14kg을 증량했다. 그러나 장동윤이 신경 쓴 것은 비주얼만이 아니었다. 김백두라는 캐릭터가 자칫 잘못하면 마냥 바보 같이 보일 것을 걱정했다. 감독 역시 그 부분을 마냥 경계했다. 장동윤은 김백두를 자기가 하는 일을, 씨름을 정말 좋아하고 열정까지 있지만 배려심이 너무 넘쳐 순수하게 보이는 인물이라 해석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생각 없어 보이게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감독님은 그걸 잡아주는 역할을 하셨다. 연기적으로 촬영하는 내내 신경을 썼다"며 "원래 경북 사투리 설정이었다가 경남 사투리가 됐다. 경상도 내에서 경북과 경남을 나누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주명 배우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걸 최우선으로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백두를 연기하며 내가 가진 부분을 많이 활용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촌스러운 면이 있다. 경상도 정서에도 익숙하고 좋아해서 그런 것들이 많이 녹아서 표현됐다"며 "김백두는 나랑 많이 동떨어졌다기보다 닮은 구석이 굉장히 많다. 의도된 건 아니겠지만 설정된 나이도 똑같았다"고 공감대를 형성한 포인트를 전했다.
"그 나이에 고민할만한 부분이 있잖아요. 김백두는 평생 씨름을 해왔지만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인물이고요. 저도 나름대로 배우로서나 사람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할 때거든요. '내 청춘이 끝나고 나도 이렇게 흐지부지 흘려보내서 아쉽다' 이런 대사가 있어요. 제 삶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고민되는 부분이 있어서 굉장히 많이 와닿았어요."
백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장동윤의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백두가 유경이한테 시원시원하게 마음을 표현 못하고 씨름을 좋아하고 정말 하고 싶어 한다는 걸 남들한테 인정을 안 한다"며 "속 마음을 엄청 숨겨놓는 게 조금 답답했다. 그게 매력이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는 조금 답답했다"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솔직하게 꼽았다.
그러면서도 "백두가 남을 과하게 배려하는 부분도 있는데 사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희생하면서까지 남들에게 배려하지는 못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배우도 분명 일이고 현장도 일터다. 백두의 그런 부분이 사회생활하면서 배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배울 점도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주명에 대해서는 "케미가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경상도 사투리에 담긴 특유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단어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알고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며 "유경이로 서울말을 할 때보다 두식이로 사투리 연기를 할 때 재밌고 좋았다. 서로 많이 웃으면서 연기했고 케미가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전하며 화제가 됐던 제작발표회 의상 역시 해명했다. 당시 검정 의상을 입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장동윤 홀로 베이지 슈트를 입어 '단체 메시지방이 따로 있느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던 터. 장동윤은 "정말 랜덤이었다. 청춘물이라 화사하게 입고 올 거라 예상했는데 다들 블랙을 선택했더라. 어쩌다 보니까"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아재개그를 좋아한다. 그냥 실없는 소리 매번 하고 나의 근황을 많이 보고한다. 밥 먹는 사진 올리고 메뉴 공유하고 '다들 뭐 해' 이런 걸 한다"며 "나는 촬영하면서 배우들하고 친해지고 '으쌰으쌰' 하는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리더형인 게 익숙하다. 살아오면서 항상 그랬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으쌰으쌰' 리드하고 모임도 가지고 이러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데면데면하게 촬영하는 것보다. 저도 그런 적이 있지만…, 일부러 좀 더 으쌰으쌰 하려 해요. 초반에는 부담스러워하다가도 제가 조용하면 이상해해요. '왜 이렇게 말이 없냐' 이러면 '괜찮다. 이상한 거 아니다' 이러죠. 하하."
리더형을 자처하는 장동윤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스타일로 보였다.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해 '미스터 션샤인', '뷰티풀 데이즈', '땐뽀걸즈', 조선코로 녹두전', '오아시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까지 수많은 작품을 거친 8년 차 배우가 된 정동윤. 그에게도 한 번쯤은 작게 삐끗했던 때가 있었을까.
이에 대해 장동윤은 "동료배우들 사이에서 굉장히 운이 좋게 데뷔했고 지금까지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것도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굉장히 낙천적으로 보이지만 나도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일을 하면 할수록 그렇다. 데뷔 초에는 배우라는 삶이 안 믿겨서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순간 배우를 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텐데 나도 매 순간 고민을 한다. 여기서 이야기할 수 없는 고충도 있다. 특정 인물에게 무시를 당했거나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대우를 당했거나, 일을 꾸준히 하는 와중에도 부당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며 "그런 걸 모르시는 분들이 봤을 때는 순탄하게만 일 했고 기회도 쉽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도 항상 삶에 대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어떤 게 좋은 연기이고 배우인지에 대한 혼란도 점점 심해진다"며 "압도적으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어떤 직업에서든 실력으로 꿀리지 않고 창피하고 싶지 않다. 배우라는 길을 우연히 걷게 됐지만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방향에 대한 혼란이 없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장동윤은 자신의 2023년과 2022년을 무언가 목마름이 있어 쉴 새 없이 달렸던 2년이라 회상했다. 워커홀릭이 기질이 있는 그조차도 지난 2년처럼은 못하겠다며. 그러면서도 장동윤은 꾸준히 일 욕심을 내는 한 해를 예고했다. 약간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작년과 지난해 같은 파격적인 도전은 아닌 '차기작' 또한 고민고민하며 조심스레 귀띔했다.
"저의 꽃이요? 저는 아직 안 피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전성기가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만큼 계속 성장을 하고 싶어요. 성장을 멈추면 전성기가 끝난 거잖아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고 '한계인 줄 알았는데 계속 성장하네' 이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꽃봉오리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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