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명장이 달라졌다? “감독이 김태형? 부담가질까 염려 된다” 명장은 왜? [MK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4. 2.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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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에서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보는 하나의 분명한 시선이 있다. 바로 승부사인 동시에 철혈의 명장이란 평가다.

때론 가차 없을 정도로 느껴지는 빠른 교체, 거침 없는 화법으로 대표 되는 소통 방식, ‘원 팀 ’에 어긋나는 선수를 단호하게 배제하는 등의 용인술은 현재의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부분은 오해다.

동시에 김태형 감독이 지난해 10월 롯데의 사령탑을 잡은 이후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도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 감독은 2015년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처음 잡아 첫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했던 김 감독은 두산과 계약 만료 이후 지난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냉혹한 승부의 세계 밖에서 야구를 접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특히 두산 재임 시절 막바지 강한 면이 더 부각 됐던 승부사에게 유연함을 더해줬을 것이란 게 그 전언들이다.

실제 김 감독 또한 취임식 당시 해설위원으로 현장에서 떨어져서 야구를 봤던 시간들에 대해 “도움이 되었던 것은 감독의 입장에서 해설을 하면서, 다양한 시각적으로도 보게 됐다”면서 “특히 어린 선수들이 실수할 때는 보다 ‘관대하게’라고 해야 할까? 그런 시선으로 보게 됐다. 감독으로서 한 팀을 보는 것과 여러 팀을 함께 보는 것에 대해선 느끼는 점이 있었고, (새로운)야구관들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 감독의 행보와 인터뷰 등에선 선수들과 더 소통하려는 의지가 부쩍 더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롯데의 새로운 승부사로 현장으로 돌아온 김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롯데의 괌 스프링캠프에도 ‘알아서 더 발 빠르게 먼저 한 발짝 더 움직이는’ 선수단의 모습이 눈에 띈다. 누구하나 소흘하게 비시즌을 보낸 기색이 없다. 선수들의 좋은 준비 과정에 코칭스태프들도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런 상황에 대해 롯데의 새로운 캡틴이 된 전준우는 “그냥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거죠”라고 표현하면서도 “감독님께서 성향이 외국인 감독님과는 다르다 보니까. 감독님 스타일도 어떻게 보면 익히 들었다.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이 알아서 조금 더 파이팅 있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또 전준우는 “아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분위기 자체가 전부 다 바뀌었기 때문에 선수들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캠프에 왔다고 생각한다. 파이팅도 많이 되는 것 같고, 의욕도 있는 것 같고, 좋은 에너지가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은 것 같다”며 김 감독 부임 이후 달라진 선수단의 분위기를 긍정하며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김 감독은 자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또는 새 감독의 부임으로 과도한 경쟁이 팀내에서 펼쳐질 것을 우려 했다. 내야진과 불펜 등에 뎁스가 두터워진 상황을 설명하면서 김 감독은 “선수들도 피곤하다. 주전경쟁 뭐, 또 지금 우리 감독은 이러니까.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그게 조금 염려스럽다”고 했다.

특히 선수들이 ‘김태형’이란 이름값의 무게에 눌리지 않길 바랐다.

김 감독은 “전준우나 완전 베테랑들 아니고는 내 자리가 없으니까 눈치를 볼 것 아닌가. 거기다 감독이 김태형”이라며 특유의 화술로 상황을 설명하며 “그걸 잘못하면...그런 것이 염려스럽다. 선수들이 알아서(해야 한다). ‘우리 감독은 이러니까’ 그게 아니다. 야구는 다 똑같다”면서 이른바 ‘감독에게 보여주는 야구’를 위해 애를 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야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열심히 하고, 상대를 이기려 하고, 개인이 더 잘해서 더 (연봉을 올려서) 돈을 많이 벌고, 거기서 감독이 리더가 되어서 경기 운영 해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다 똑같은데 감독에 따라서 그러면 이건 선수들 자신들이 갑자기 더 무서워진다”며 지나친 압박감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또한 김 감독의 오랜 스타일으로 자리 잡은, 그리고 추구하고 있는 공격야구에 대해서도 오해하지 않길 바랐다. 선수들이 일률적으로 기계적인 야구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수석코치에게도 이야기한 것이 감독이 공격적이라고,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감독님은 무조건 공격적인 걸 좋아하니까, 휘두르면 돼’라는 식의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러면 정말 영혼 없이 공격적으로 스윙만 할까 봐. ‘강하게 치는 걸 좋아한다’는 식의 이런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어린 선수들은 나가서 자기 야구를 하면 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감독의 야구를 하려고 한다. 그러면 그건 안되니까”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지난해 롯데의 문제점으로 확실한 주전 포지션이 시즌 내내 자리 잡지 못했던 점을 취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

김 감독은 “경쟁 구도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사실 나도 두산에서 ‘경쟁 구도, 경쟁 구도’라고 했지만 주전은 확실히 보장을 해놓고 왔다”면서 선수단의 긍정적인 긴장감들이 필요할 때 이런 것들이 필요할 수 있지만 팀 전체로는 보다 안정된 상태가 더 낫다고 봤다.

아직 이 모든 것들은 본격적인 시즌을 시작하기 전 조금은 낯선 ‘명장’과 선수들이 서로의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이다. 그러나 적어도 조금은 더 부드러워진 ‘철혈의 명장’과 ‘의지가 더 충만한’ 선수들의 케미가 더 조화로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괌=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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