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 슈퍼빌런? 최강 전력 꾸린 LA다저스 “악당이 뭐가 어때서”

심진용 기자 2024. 2. 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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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 홈구장에 열린 팬페스트에 참석해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저스는 완전한 빌런(Villain·악당) 모드에 들어갔다.”

과거 LA다저스에서 활약한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샌프란시스코)이 전 소속팀의 올 겨울 오프시즌 행보에 대한 한 줄 평이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좋은 선수들을 쓸어 담았다는 이야기다. 그간 LA다저스의 행보와 전혀 다른 움직임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최근 10여년 간 LA다저스는 탄탄한 육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질 좋은 자체 생산 선수를 화수분처럼 쏟아내왔다는 점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워커 뷸러, 윌 스미스 등 다저스가 지명한 선수들이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팀 연봉은 늘 리그 수위권이었고, 슈퍼스타 외부 영입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자체 육성 부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 다저스가 올 겨울엔 ‘차원이 다르게’ 돈을 썼다. 오타니 쇼헤이를 10년 7억달러라는 역사상 최대 규모 FA계약으로 데려왔고, 일본 프로 생활을 마치고 FA시장에 뛰어든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3억2500만달러 계약을 했다. 건강하기만 1선발급 자원인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데려와 5년 연장계약을 맺었고, 슬러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까지 단년계약으로 품에 안았다.

LA다저스가 명실상부 슈퍼팀으로 거듭나면서, 팬들의 기대는 어느때보다 크다. 4일 LA 홈구장에서 열린 팬페스트에 3만5000여 팬들이 몰렸다. ‘오타니 효과’에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

LA다저스 외야수 무키 베츠(가운데)가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 홈구장에서 열린 팬페스트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목표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LA다저스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21 시즌 딱 한 번을 제외하고 10차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제패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코로나19 여파로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2020년 한 번에 그쳤다. 전력과 기대에 비해 아쉽다면 아쉬운 결과다.

객관적인 전력만 따지면 당연히 ‘우승 0순위’ 후보지만, 리그 최강 전력을 구성해놓고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끝내 실패한 과거의 사례들이 적지 않다. 오타니, 글래스노우가 ‘부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야마모토의 빅리그 안착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올 겨울 LA다저스가 쓴 돈 액수 만큼, 안티 팬들의 반감도 커졌다. 과거 ‘악의 제국’으로 불린 뉴욕양키스와 LA다저스를 비견하는 목소리도 많다.

LA다저스는 악당이라는 평판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브랜든 고메스 단장은 디어슬레틱 인터뷰에서 “최고의 팬들을 위해 최고의 팀을 만드는데 집중할 뿐”이라고 했다. 내야수 개빈 럭스는 “누군가는 악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승할 수 있다면, 악당이라는 비난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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