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같은 ‘저PBR주’ 투자 열풍, 지배구조 근본 개선으로 이어져야

이윤주 기자 2024. 2. 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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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증시에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을 중심으로 투자 열풍이 일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의 방향성에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주가 급등은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단기적 배당확대보다 지배구조의 장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지난 3일 2615.31로 마감해 주간 상승률이 5.52%에 달했다. 업종별 주간 상승률은 보험이 23.24%로 가장 높았고, 이어 금융업 15.07%, 운수·장비 13.25%, 유통업 13.15%, 증권 11.89% 등 순이었다.

이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독려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가치를 개선한 우수 상장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등을 기대하는 외국인과 기관 중심 순매수가 집중 유입됐다. 대표적 저PBR 업종인 보험, 증권, 은행, 자동차, 지주사 등의 주가 상승세가 뚜렷했다. 금융업이나 지주사의 경우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PBR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주주환원 여력, 기업실적 개선 여부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어 호재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에 대한 세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저PBR 업종에 대한 투자 열풍이 ‘테마주 광풍’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수년간 가치주를 패대기치더니 이번에는 저PBR 주식을 마치 초전도체 테마주처럼 매수하는 모습”이라며 “저PBR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정책 개선의 수혜를 받아 주주환원이 확대되고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는지, 개선될 여지가 없는데 단지 밸류에이션 숫자가 낮아서 올랐을 뿐인지 판단하고 투자해야 할 수준까지는 왔다”고 밝혔다.

결국 저PBR 종목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그에 따른 주주환원 여력 등을 감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좋은 시도이나,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일본 대비 크지 못하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일본만큼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제조업 및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배당 확대를 위한 기업의 안정적 현금흐름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자사주 매입 및 처분 역시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기업의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활용되는 관행적인 부분을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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