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심사 중 정체불명 여론조사·하위 20% 통보에 뒤숭숭한 민주당
비슷한 ‘현역 재신임’ 여론조사 진행돼
다선·호남 표적 ‘물갈이’ 불만 터져나와
4·10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가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에 현역 의원 하위 20% 통보와 결선투표 실시 등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달 26~27일과 29~30일 3선 이상 중진 의원 지역구와 호남, 일부 초·재선 지역구, 전략선거구 등에 후보 선호도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공관위가 공식적으로 진행한 후보 적합도 조사가 끝난 뒤에 비슷한 여론조사가 한 번 더 전방위로 진행된 것이다.
3선 이상 다선 의원 지역구와 호남 지역구에는 ‘현역 의원을 한 번 더 뽑을 것인지’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일부 서울 지역 다선 의원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묻는 경쟁력 조사가 이뤄졌다. 당이 ‘물갈이’ 대상을 고르기 위해 다선 의원과 호남 지역을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초·재선 의원 지역구에도 후보 경쟁력 조사가 진행됐다. 서울 강북을에선 박용진 의원과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이승훈 변호사를 두고 민주당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홍성남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경쟁력 있는 인물은 누구인지를 물었다. 서울 광진갑(현역 전혜숙 의원)·동작을(현역 이수진 의원) 등에서도 조사가 이뤄졌다.
전략선거구 후보 선호도 조사에는 다른 지역구에서 뛰고 있는 친이재명(친명)계 후보들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서울 중구성동갑에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됐다. 서울 금천구 예비후보인 친명계 조 부위원장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조사 문구가 편파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임 전 실장의 직책은 ‘전 비서실장’으로 소개한 반면 조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해 직책에 특정인을 명기하지 않기로 했다.
또다른 전략선거구인 서울 서대문구갑에는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 전수미 전 정책위 부의장,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을 후보군으로 두고 경쟁력 조사가 이뤄졌다. 이 대표를 수행한 모 전 차장은 인천 서구을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를 지낼 때 대변인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진행한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관위, 전략공관위, 당 전략기획국, 민주연구원 모두 여론조사 실시를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의원실 관계자들은 대부분 동일한 시기에 여러 지역에서 같은 여론조사 업체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당이 비공식적으로 돌린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힘이 혁신 공천이라는 명목으로 현역 의원을 대폭 공천 배제(컷오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도 다수 지역구에 전략공천할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 모르니 우리도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호남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신임 비율이 제일 낮은 지역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기 위한 수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5일까지 지역구 후보자 면접을 치르고 6일부터 종합심사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하위 20% 평가를 받은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하위 10%는 경선 득표수의 30%를, 하위 10~20%는 경선 득표수의 20%를 감산한다. 하위 10%로 분류되면 사실상 컷오프라 의원들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위 20% 명단이 지라시 형태로 당내에 돌기도 했다. 감산 대상자 30여명 중 비이재명(비명)계가 얼마나 포함되는지가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공관위가 6일 1차 경선 지역 후보자를 발표하면 19일부터 사흘간 경선 투표가 진행된다. 경선 결과는 21일 공개된다. 결선투표시 24일부터 이틀간 치른다.
당내에선 결선투표 도입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규에 ‘경선 후보자의 수가 3인 이상인 경우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결선투표 또는 선호투표 등의 방법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지금까지 결선투표가 실시된 적은 없다.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경선을 붐업시키려고 결선투표를 하려는 것 같은데 붐업이 아니라 당이 사분오열된다”고 말했다. 결선투표는 사실상 현역 의원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비명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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