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선 승리 위해 같이 단결을"... 문재인 "친명·친문 프레임 안타깝다"

평산마을서 추어탕 먹으며 대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지지자에게 손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총선 승리를 위해 같이 단결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경상도식 추어탕을 먹으며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에게 신년인사를 하면서 저의 일로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신 거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했고, 총선승리를 위해서 같이 단결하자는 말씀을 나눴다"면서 "문 전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민생을 방치하고, 통합을 도외시하는 현 정국을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승리하는 게 시대 소명'이라고 말했다"면서 "문 전 대통령 역시 '무엇 보다 중요한 건 함께 힘 모으는 거'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다 같이 하나 돼서 왔는데 총선에 즈음해서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했고, 이 대표는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 대표 단식 중 문 전 대통령과 만난 후 4개월 만으로,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초 신년 인사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하려 했지만 방문 직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해 예방이 무산됐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사저 외부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의 셔츠 목깃을 살짝 내려 피습을 당한 상처 부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상처 부위를 유심히 보는 듯하더니 직접 옷매무새를 다듬어 줬다. 박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포옹하면서 이 대표에게 왼쪽 목을 보자고 하면서 옷깃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하고 함께 걸어갔다"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세상이 난폭해지고 험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온다고 해서 소란이 더 커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차담을 한 뒤 오찬을 함께 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서는 문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나라의 비전을 비추는 영원한 등불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파이팅, 민주당 파이팅을, 이 대표는 문재인 파이팅을 외치면서 서로 격려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문 전 대통령 예방은 공천작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통합 행보'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선거제나 탈당파로 인한 분당 등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고, 대부분 총선 승리를 위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