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사랑에 빠져버린 한 여인…'나의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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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나는 인간 여자에 불과해. 네 따각거리는 발톱으로 나의 얇은 피부를 찢어줘. 나는 연약해. 네게는 간단한 일이야. 그루터기 아래의 벌레에게 하듯 내 심장을 파내줘. 내 머리를 찢어 떼어내, 나의 곰."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메리언 엥겔의 소설 '나의 곰'(한겨레출판)은 주인공과 곰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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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곰, 나는 인간 여자에 불과해. 네 따각거리는 발톱으로 나의 얇은 피부를 찢어줘. 나는 연약해. 네게는 간단한 일이야. 그루터기 아래의 벌레에게 하듯 내 심장을 파내줘. 내 머리를 찢어 떼어내, 나의 곰.”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메리언 엥겔의 소설 '나의 곰'(한겨레출판)은 주인공과 곰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담았다.
현명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거칠고 부드럽고 성실하고 참을성 있고 무한히 다정한 곰은 주인공 루가 만난 어떤 인간과도 달리 그녀의 쾌락을 위해 인내한다. 인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에게는 에로티시즘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해 루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을 빌미로 그녀의 삶을 옥죄려 했다. 루는 곰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충족감에 벅차오르며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루의 이러한 모험과 탐색을 통해 여성의 외로움, 공허, 불안, 욕망을 사실적으로 다룬 이야기는 초판이 출간된 지 5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엥겔은 첫 소설 '영광의 구름은 없다'부터 줄곧 이러한 여성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써왔다. 19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성들의 일상적인 경험,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고 여성의 관점에서 인간의 조건을 성찰했다.
그중에서도 '나의 곰'은 금기를 뛰어넘어 욕망을 실현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가장 극단적이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길러진 사람이 불완전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탐구가 담긴 소설은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최재원 시인이 번역을 맡아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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