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만에 이재명 만난 문재인···“친명·친문 프레임 안타깝다”
명문정당·우호적 제3세력 연대 언급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을 두 달여 앞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만나 “상생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해서 총선 승리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낮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목을 가리키며 “옷깃이 없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며 “세상이 험악해지고 갈수록 난폭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30여분간 단독 회담을 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함께 오찬을 가졌다. 오찬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피습사건을 언급하며 “결국은 증오의 정치가 그런 일을 만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이 일을 계기로 상생의 정치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상생의 정치를 하려고 해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상대방은 그런 의지가 없는 정당이고, 늘 증오와 적대를 생산하는 것으로 일종의 선거전략으로 삼아왔다. 이쪽에서 선거를 이겨 정치를 주도해갈 수 있어야 비로소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제3세력 연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의 힘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함께 힘을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럼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선거제 논의와 관련해 “준연동형 비례제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표에게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대변인은 오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또 “(문 전 대통령이) 식사하면서 명문 정당 이야기를 다시 하셨다”고도 말했다. ‘명문 정당’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한자씩 딴 것으로, 이 대표가 2022년 8월 당 대표에 오른 뒤 문 전 대통령을 처음 예방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식사를 하며 “우리가 다 같이 하나 된 힘으로 왔는데 총선에 즈음해서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우리는 하나고 단합이 다시 한번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공천을 앞두고 친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박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험지’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을 언급하며 “이번에 부·울·경에 출마하는 영입 인재가 있다고 하면 이 대표께서 업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도 밝혔다.
두 사람 간 만남은 지난해 9월19일 이 대표가 단식 중이던 병원에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넉달여 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신년 인사차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으나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흉기 습격을 당해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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