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처럼 되고 싶은 손흥민의 꿈[스경x도하]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이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한발 다가가며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주장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면서 그의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숙원을 풀었다. 수많은 개인 타이틀에도 클럽, 대표팀에서 주요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던 손흥민이 기회의 땅 카타르에서 메시처럼 마지막 소원을 이룰지 주목된다.
한국은 3일 8강 호주전에서 손흥민의 원맨쇼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안착했다. 손흥민은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PK)을 얻어내 역전 발판을 만들었고, 연장전 그림 같은 궤적의 프리킥 골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이번 대회 매 경기 선발 풀타임에 앞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는 120분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혈투를 벌였다. 체력이 바닥날 법하지만, 우승에 대한 일념 하나로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손흥민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리그(EPL) 득점왕에 올랐고, EPL 이달의 선수를 4차례 수상하며 앨런 시어러, 데니스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 등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토트넘 구단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국제선수상 등 여러 개인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개인 타이틀에도 주요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며 준우승만 네 차례 했다. 2008년 16세 이하(U-16) 대표팀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준우승, 성인 대표팀 소속으로 2015년 AFC 아시안컵 준우승, 토트넘에서는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021 카라바오컵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 경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유일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AFC 등이 주관하는 주요 대회는 아니긴 하지만, 이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으며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게 됐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손흥민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일본은 8강에서 떨어졌고, 2015년 대회 준우승 아픔을 안겼던 호주까지 꺾으면서 대표팀의 사기는 최고조로 올랐다.
손흥민의 기량도 최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손흥민은 대회 참가 전 EPL에서 20경기 만에 12골을 올리며 골 감감이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조별리그에서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치중했지만, 호주전에서 보듯 직접 득점을 마무리 짓는 해결사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토너먼트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결국 승부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른다. 마무리 능력은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손흥민의 결정력은 접전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장으로서 그라운드 밖에서도 우승으로 가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 왼 풀백 이기제(수원) 등을 향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어서자 선수들을 보호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호주전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팀을 위해 헌신해준 선수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뛰어난 기량과 리더십으로 한국에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안기며 무관의 설움을 동시에 풀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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