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과잉 진료하다 강아지 죽어” 댓글... 명예훼손 무죄

법원 "대체로 주관적인 감정이나 견해를 밝힌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병원에서 치료 받던 반려견이 죽자 해당 병원에 대해 "과잉 진료하다 이틀 만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댓글을 단 50대 여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김지영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여·54) 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21년 7월 인천에 위치한 B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치료를 받은지 이틀 만에 죽었다. 그는 1년 7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인터넷 게시판에 "00 아파트 근처 동물병원 진료 잘 보나요? 과잉 진료하지않고요"라는 게시물을 본 후 "B에서 과잉 진료하다 이틀 만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며 "저처럼 후회할 일 만드실까 봐 흔적 남긴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한 A 씨는 해당 글에 "억울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데 (당시에는) 상대하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다"며 "B 동물병원에 간다는 사람 있으면 쫓아가서 말리고 싶지만 결국은 자기 선택이니까 상관 안 하려고 눈 감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추가로 게시했다.

해당 글을 본 동물병원 운영자는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A 씨가 2021년 당시 동물병원 진료과장으로부터 강아지가 위독한 상태라는 말을 듣고도 입원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고, 이후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A 씨는 억울하다며 3개월 뒤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의 댓글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동물병원 측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A씨가 쓴 댓글은 B 동물병원을 실제로 이용한 소비자로서 겪은 일과 평가를 담은 ‘이용 후기’였다"며 "대체로 주관적인 감정이나 견해를 밝힌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