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차에 수소전지…방산 판도 바꾼다
자발적 동기 부여 '섬김의 리더십'
직원에게 나이키 운동화 깜짝선물
위기해결사 … 회사 체질 개선 앞장
방산·철도·플랜트, 수소로 성장페달
◆ 비즈니스 리더 ◆
지난해 10월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 현대로템 부스. 사흘 내내 부스를 지키면서 "음료 한잔 들고 가시라"며 관람객을 붙잡던 양복 차림의 한 사람이 있었다. 와이셔츠는 땀으로 젖고 안경알에 습기까지 차올라 연신 옷소매로 닦던 그는 다름 아닌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었다.
양손 가득 명함을 들고 부스를 찾아오는 각국 정상과 고위 군 관계자를 맞아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선 이 사장을 두고 많은 이가 "도대체 언제 퇴근하시냐"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 사장은 이처럼 낮은 자세로 섬김을 중시하는 '글로벌 세일즈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의 핵심 사업은 철도·방산·플랜트 세 가지다. 이들 모두 국가 기간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수출 일등공신 제품이다. 그는 해외 사업장이 많은 현대로템 특성상 장거리 비행이 잦고 빡빡한 일정을 챙기느라 늘 분주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결코 피곤한 내색이나 흐트러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악수를 청하고 고개를 숙인다. 사장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임직원에게 보여주며 자발적인 동기 부여를 만드는 '섬김의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외부인을 만나면 "현대로템은 경쟁력을 갖춘 제품 개발에 매진해 사업 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K방산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면서 "우리 임직원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소중한 분들"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따뜻한 형님 리더십으로 임직원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사장으로도 유명하다. 작년 말 이 사장은 본사 연구소 사무실에 깜짝 방문했다. 그의 손에는 MZ세대도 구하기 힘든 '나이키 덩크 로우 범고래 운동화'와 금으로 만든 명함이 들려 있었다.
그는 한 책임매니저에게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줘서 고맙다"며 선물을 건넸다. 현대로템은 2021년부터 매년 우수사원을 선발하는데, 이 사장이 선물을 직접 골라 전달한다.
섬김의 리더십으로 임직원에겐 '따뜻한 형님' 모습이지만 이 사장은 냉철한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로템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구원투수로 통한다.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2018~2019년 막대한 영업손실을 내며 회사가 제일 어려웠을 때 대표 자리에 부임했다.
위기 관리는 그의 주특기다. 현대차 경영관리실장과 기획조정3실장을 거쳐 현대위아의 기획·재경·경영지원·구매 담당 부사장, 현대차증권 사장 등 다양한 리더 경험을 해오며 쌓은 경쟁력이다. 이 사장은 현대로템 대표로 취임한 직후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다. 우선 주요 사업에 대한 저가 수주 관행에 칼을 댔다. 동시에 수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위험을 차단했다.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신속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내부 동요를 최소화했다.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종속회사 지분·의왕연구소 용지와 건물을 매각했다. 특히 사외이사가 포함된 투명수주심의위원회를 최초로 신설한 건 그의 결단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손꼽힌다. 이 위원회는 신사업과 관련된 사업성과 전략, 법적 문제, 진출 국가 등 프로젝트 수행상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검토해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내실 있는 사업 구성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로템 경영 정상화는 점차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회사는 작년 연간 실적 매출 3조5874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42.4% 증가했다. 수출이 증가했고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다.
이 사장의 경영 철칙이자 현대로템 4세대 솔루션인 '뉴 로템4.0으로의 전환'은 점차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이 사장이 모든 사업을 총망라해 꽂힌 건 수소다. 수소 사업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가 되겠다고 자처했다. 이 사장은 수소경제가 움트는 초창기인 현시점에선 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대중화, 활용 방안,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서 누구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장은 "수소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생태계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전 세계 수출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 본연의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철도, 방산, 에코 플랜트 등 현대로템의 전체 핵심 사업 3개 분야 모두가 수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철도 사업에선 향후 수소전기트램을 상용화해 수소 철도 시장 선점에 나선다. 사상 첫 K2 전차 완성품 수출 성과를 이뤄낸 현대로템은 차세대 전차에도 수소연료전지 기반 전동화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미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 K방산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수소 에너지로 차별화되는 방산 제품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전략 로드맵에 따라 수소 경제의 '뿌리' 역할을 수행할 구심점인 에코플랜트 부문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예정이다. 주요 사업 모두가 수소 가치사슬로 엮여 각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사장은 수소를 직접 추출해 생산하고 공급하는 인프라스트럭처부터 수소 모빌리티에 접목하기까지 일련의 수소 공급망을 모두 책임지는 '토털 솔루션 패키지'를 구상하고 있다.
이용배 사장 △1961년생 △1991년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졸업 △1987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입사 △2006년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장 이사 △2012년 현대자동차 기획조정3실장 부사장 △2013년 현대위아 기획·경영지원·재경·구매 담당 부사장 △2016년 현대차증권 영업 총괄 담당 부사장 △2017년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2020년~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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