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2026년부터 '적자'…"법정 상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종합)
"필수의료 분야 등 재정 부담, 감당 가능 수준"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효율적 재정 관리
[서울=뉴시스] 이연희 구무서 권지원 기자 = 건강보험 재정이 2026년부터는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보료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법정 상한선인 8%까지는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향후 법정 상한선 도달에 대비해 적정 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골자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 및 운영을 보면 당기수지는 2024년 2조6402억원, 2025년 4633억원 흑자를 기록하다가 2026년부터 3072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2028년에는 1조5836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난다.
누적 적립금 규모도 2024년 30조6379억원에서 2028년에 28조4209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단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일 열린 출입기자단 사전 설명회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입과 지출을 추계하고, (향후 재정 투입이 확대될) 필수의료에 대한 부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재원을 추계한 것"이라며 "현재 생각하기에는 필수의료 분야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건보 재정 전망은 분석 기관과 변수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앞서 국회예산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당장 올해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된다. 2032년이 되면 누적 적자액이 6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국회나 이런 데서 (분석)하는 것은 국가 전체 경제 규모를 추정해서 탑다운 방식으로 들어가 장기 추세를 추정하는 데 좋은 방법론일 수 있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저희 접근법은 전년도 지출 요인을 다 분석하고 인구 고령화나 자연 증가율 같은 걸 고려해서 나름의 모델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지난 1차 건보 종합계획때 보험료 평균 인상률 3.43%를 제시했는데 실제로는 1.89%가 인상됐고, 시재금(준비금)은 2023년에 11조원일 것이라고 했는데 28조원"라며 "당초 계획보다 보험료 인상은 낮게 유지하면서도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최근 발표한 '정책 패키지'에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자 건강보험 재정을 10조원 이상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2024년 건강보험료율은 7.09%로 전년 대비 동결됐다.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선은 8%다. 해외 보험료율을 보면 일본은 10~11.82%, 프랑스는 13.25%, 독일은 16.2%다.
복지부는 향후 보험료율 법정 상한 도달에 대비해 적정 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건강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선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차관은 "2028년까지 평균 1.49%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추계를 했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2028년까지 8%가 안 넘어간다"며 "향후 5개년 계획 도중에 법정 상한선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관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법정 상한에 가까이 가는 상황이 도래하면 당연히 논의가 필요하다"며 "저희는 원론적 입장에서 밝힌 것"이라고 했다.
대신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보험 체계를 일부 개편하기로 했다.
먼저 기존 급여 항목 재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의학적 효과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가격을 조정하거나 퇴출하는 기전을 확립한다.
과잉 진료나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 급여·비급여 '혼합진료'는 금지 적용을 추진한다.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급여인 물리치료를 같이 받지 못하는 식이다. 급여가 적용되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비급여 수술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같이 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항목과 시점은 아직 설정돼있진 않다"며 "의료적 효과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급여 빈도 자체가 아주 줄어든 항목이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환자에게 불리한 비급여 선택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급여 진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실손보험 개선체계를 구축하며 비급여 명칭·분류코드를 표준화해 비급여 목록과 해당 항목별 권장가격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현저히 많은 병상과 장비 수는 적정하게 관리하고, 의료 전문가가 스스로 적정 의료 목록을 작성하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 일환으로 적정의료 목록을 보급해 의료 서비스 과잉 공급을 방지한다.
또 1인당 연간 외래 이용 횟수가 OECD 5.9회에 비해 15.7회에 달하는 상황을 고려해 분기별로 의료 이용량 및 의료비 지출에 대한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과다 이용 시에는 본인부담을 높이는 등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축소, 피부양자 제도 개선 등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형평성 제고를 위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은 계속 추진한다. 유튜버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방식을 검토하고, 납부 편의를 개선한다.
건강보험 재정 지표는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국회 보고 절차를 강화하는 등 보다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보험 재정 운영·관리 체계도 마련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계획에서 지출 효율화는 공급자에 의한 과도한 의료 제공 관리 방안과 국민들의 과도한 의료 남용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있다"며 "의료 남용을 철저히 차단하고, 국민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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