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암 보험금 홍콩ELS로… 불완전판매 확인"
내달 배상안… 설 이후 추가검사
홍콩H지수연계증권(ELS) 관련 민원이 3000건에 달하는 가운데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원장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것과 관련해 "공적인 분쟁조정 절차와 금융회사의 자율배상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아직 홍콩ELS 검사가 끝나진 않았지만 불완전판매 혹은 부적절한 판매가 사례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며 "암 보험금을 수령해 가까운 시일 내 치료 목적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그런 걸 원금손실이 예상되는 곳에 투자했다거나, 해당 돈이 3~5년 내 원금보장이 안된다면 노후 보장이 안되는 그런 케이스가 확인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소비자를 생각하고 한 건지, 아니면 눈 앞에 보이는 수수료에 급급한 건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을 향해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이에 기초해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될 텐데, 상당한 사실관계는 금융사들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 절차와 별개로 금융사들이 검사 결과에 따라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ELS 판매와 관련해선 "시중은행의 ELS 판매 전면 금지를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이 경우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은행 소규모 점포까지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혹은 자산관리를 하는 PB 조직이 있는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를 하는 게 적절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든 ELS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번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 비껴간 우리은행은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고 판매 중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이르면 다음달 ELS 주요 불완전판매 유형 및 비중 등이 담긴 검사 결과와 함께 배상 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고령층 등에 알기 쉽게 상품 설명이 됐는지, 투자자가 과거 고난도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가입 채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유형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에도 손해액의 40~80%를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도록 하는 배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을 정한 후 투자자의 자기 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 비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ELS 배상 기준안 마련에 대해 DLF 때보다 더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의 만기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두는 펀드로, ELS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인데다 많이 팔렸던 상품도 아니어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배상 기준안 마련을 위해 금감원은 지난 2일까지 예정됐던 홍콩 ELS 주요 판매사에 대한 1차 검사에 이어 설 연휴 이후에 홍콩 ELS를 판매한 KB국민은행 등 주요 판매사에 대한 추가 현장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1차 검사 결과를 설 연휴 전후로 정리한 뒤 추가 검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등 판매 규모가 큰 일부 회사로 추가 검사 대상이 한정될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8일부터 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키움·신한투자 등 증권사 7곳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과정에서 판매 규모 및 손실액이 크고, 민원·분쟁 건수도 급증하면서 추가 검사를 계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및 민원 신청 건수는 이달 2일 기준 약 3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들어 만기 도래 및 손실 확정이 본격화하면서 민원 신청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같은 해 연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200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원금 반토막' 수준의 손실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천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데 이어 연내 손실액이 6조~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선·임성원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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