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판사에 세계일보 기자 "전국 판사 3214명 중 하필 그"
10년 전 언론중재위에서 만났던 성지호 판사와의 추억 떠올려
지난달 12일 서울서부지법, 1심서 MBC 패소 판결
"해당 판결 언론 억압에 용기, 방통심의위 다른 언론 중징계 운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세계일보 기자가 '바이든-날리면' 1심 재판에서 MBC 패소를 판결한 성지호 판사와의 10년 전 추억을 떠올렸다. 세계일보 기자는 2014년 보도했던 '철피아' 관련 보도 정정여부를 다투고 있었는데 당시 성지호 판사가 불필요한 발언을 한 점을 짚었고, 최근 있었던 '바이든-날리면' 판결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다른 언론사들의 중징계를 운운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판결 이후 방송사들은 '바이든' 대목을 기사에서 삭제하고 사과했고, 방통심의위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방송사들에 무더기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지난 3일 김예진 세계일보 외교안보부 기자는 <'날리면' 판사와의 추억> 칼럼을 통해 2014년 6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만난 성지호 판사의 발언을 지적했다. 2014년 5월9일 김 기자는 3면 <셀프 감독에 일감 나눠먹기…지하철 추돌 뒤엔 '철피아'> 기사를 썼는데, 그해 6월 언중위에서 정정·반론 여부를 다투고 있었다.
칼럼은 “'결혼 했나?'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52세 남성이 30세 여성에게 돌발 질문한다. 여성이 '안 했는데요'라고 하자 남성은 '안 해서 그렇구먼'이라며 혀를 찬다. 남성은 누굴까? 2014년 6월 세계일보의 '철피아(철도+마피아)' 고발기사 정정 여부를 다투던 언론중재위원회 심리장. 52세 남성은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속 부장판사였고 30세 여성은 기자였다”로 시작한다.
칼럼은 “그는 불필요한 말을 여럿 했다. '내가 메이저 신문사 국장을 좀 아는데' , '기자들은 운동화에 막걸리 타 먹이고 세게 가르치지 않나?' 지면 관계상 7개월간의 스토리를 다 실을 순 없지만, 법원행정처가 만든 법정진행 매뉴얼에 유의해야 할 4대 언행으로 꼽는 △망신·면박 주기 △고압적 언행 △지나친 예단·선입견 드러내기 △불공평한 진행 사례가 다 나왔다”며 “언중위 심리는 당사자들에겐 '예비 재판'이나 마찬가지다. 엄중한 자리에서 들을 거라곤 상상 못 한 말들이었다. 이후 막말 판사의 세계를 취재했다”고 했다.
칼럼은 “그러다 지난해 초 '바이든-날리면' 사건 배당을 보고 9년 만에 그 이름을 확인했다. 전국 판사 3214명 중 하필 그였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1심 선고에서 MBC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 여부가 기술적 분석으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시청자로 하여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보도는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발언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했음에도 정정보도를 결정한 이례적 판결이었다. MBC는 곧바로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칼럼은 “'판사가 대체 누구야?' '날리면' 1심 판결이 나오자 사람들은 묻는다. 저마다 '성지호 판사'를 검색해 도가니 법정 수화통역 거부 건, 장자연 사건 보도 언론사 패소 건 등 옛 기사를 보곤 '그럼 그렇지!' 하며 더 분개했다. 정부는 판결 후 '논란이 이제 종결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렀다”고 했다.
실제 1심 판결 후 방송사들은 방통심의위 심의를 앞두고 리포트에서 '바이든' 부분을 삭제했고, 일부 방송은 사과멘트까지 기사에 썼다. 방통심의위는 소송이 진행 중인데도 지난달 30일 기사에 '바이든'이라고 작성한 방송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의견진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칼럼은 “판결은 논란을 재점화했고 판사의 전적이 소환돼 더 거세졌다”며 “판결은 언론 억압에도 용기를 줬다. 방통심의위가 다른 언론사들까지 중징계 운운했다. 판결은 분쟁의 해결이 아니라 분쟁의 새로운 시작이 됐다. 사법부는 정의로운 질서의 보루로서 권위가 중요하나 판결 후 현상을 보면 사법부는 권력은 있어도 권위는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년 전 사건을 꺼내 칼럼을 쓴 이유에 대해 칼럼은 “공적인 자리에서 왜 사적인 질문을 하느냐 따지지 못했다. 당장 불이익이 될까 봐 꾹 참고 답했다. 이런 경험을 한 국민이 한두 명일까. '그럼 그렇지' 하는 분노가 우연일까”라고 했다.
칼럼은 “성 판사는 이번 재판 중에도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MBC 측에 '너무 확정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 책임감은 있어야지 않냐'며 예단을 드러내고 불필요한 훈계를 해 언론에 보도됐다”며 “'재판장이 예단·편견을 가지면 재판 결과는 물론 진행도 부적절하게 된다', '강제력만으로 국민에게 재판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 '좋은 재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다' 법정진행 매뉴얼 속 문장들”이라고 지적했다.
김예진 세계일보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에 “1심 판결 후, 판사가 누구냐고 궁금해하는 여론을 봤다. 당시 이 사건(언중위 진행 당시 있었던 일)을 기사로 쓰고 싶었는데 못 썼다. 사람들이 (해당 판사를) 궁금해하니까 기자로서 내가 겪은 일을 쓰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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