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첫 임명

박용하 기자 2024. 2. 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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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사상 처음으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 신페인당 부대표(47)가 임명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닐 신임 총리는 이날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오늘은 새로운 새벽을 맞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섬기고 (북아일랜드 시민)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에서 총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임명은 2022년 5월 자치의회 선거에서 신폐인당이 승리한데 따른 것이다. 신페인당은 당시 득표율 29%를 기록하고 사상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 총리 지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친영국 성향의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이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해 의회와 행정부 출범이 지연돼 왔다. 북아일랜드에선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따라 민족주의 정당과 연방주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DUP가 당초 연정을 거부한 이유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 영국과 무역장벽이 생긴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DUP가 영국 정부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하고 연정 복귀를 선언하면서 2년만에 자치정부 공백 사태가 마무리됐다.

오닐 총리는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이었던 프랜시 몰로이의 고문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07년 의회에 처음 입성했다. 2011년에는 농업·농촌개발부 장관, 2016년에는 보건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는 마틴 맥기네스 신페인당 대표가 사임한 후 당을 이끌게 됐다.

오닐의 아버지인 브랜던 도리스는 과거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일원이었고, 수감됐던 전력이 있다. 오닐 총리의 사촌인 토니 도리스도 IRA의 일원이었으며 1991년 영국 공군특수부대(SAS)에 의해 살해됐다.

오닐 본인도 민족주의자였지만,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하는 노선을 보였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을 때 조의를 표했으며, 찰스 3세의 대관식에도 참석했다. 이 같은 행보는 신페인이 IRA의 정치 조직이었던 과거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오닐은 15세에 임신해 16세에 딸을 출산했으며, 지난해에는 손주를 얻었다. 그는 “나는 학교에 다니며 아기를 키우고,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10대 때 엄마가 됐던 경험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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