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핏빛 강서구` 사태, 언제까지 현재진행형?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이미연 2024. 2. 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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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 유찰' 1.7억 빌라, 최저입찰액 372만원까지 '뚝'
전세사기가 심각한 경기 부천(좌측 하단)과 서울 강서구(우측 상단) 경매 물건 현황. 출처 경매지도
출처 경매알리미
작년 10월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저 붉은 색들이 다 전세사기 물건이었다는건가. 끔찍하다", "입찰가격이 0원 근처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저런 물건을 사는 건 위험해보인다", "(경매 물건) 평수 보니 거의 투룸이다. 가난한 신혼부부들이 전세사기에 많이 당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이번 [발로 뛰는] 주인공은 좀 어둡…다 못해 검붉습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 전세사기'인데요.

며칠 전에 SNS 상에 붉게 물든 서울 강서구 일대 지도가 퍼지며 시끌시끌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큰 화곡동 빌라촌 일대의 경매물건 현황이었는데요. 저도 보자마자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붉은 표식이 한두개가 아니었거든요.

해당 지도 출처를 찾지 못해 저는 다른 쪽으로 경매 현황을 확인했습니다.(네 나중에 찾았습니다. 경매지도 사이트라고 하네요.)

4일 법원 경매물건을 알려주는 경매알리미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시의 경매건은 2192건, 경기와 인천은 각각 2706건과 979건으로 나와 있습니다.

수도권도 문제지만 지방 상황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경남이 2004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산 1090건 △전남 1049건 △경북 951건 △충남 888건 △전북 743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이 수치가 전부 전세사기는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자 그럼 자치구별로 살펴보…기도 전에 이미 서울에서는 강서구가 685건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 바로 옆 양천구는 203건, 약간 떨어진 구로구와 금천구는 172건과 157건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네요.

경기도는 예상하신대로 부천시(362건)와 화성시(189건)가 두드러집니다.

인천은 작년에 전세사기 기사 한번이라도 본 기억이 있으시다면 바로 미추홀구를 떠올리실 수 있으실텐데요, 네 맞습니다. 무려 281건이 잡혀 있고, 이어 인천 서구와 부평구도 각각 175건과 159건이나 됩니다.

아니 건수로 뭉뚱그리지 말고 좀 자세히 들여다보고 써달라…라고 주문하실 분이 계실거라는 예상에 더 파봤습니다. 워매…서울 강서구 지도를 확대하자마자 무려 '유찰 17회' 물건이 제 눈길을 확 잡아버렸습니다. 감정평가액은 1억5500만원인데 현재 최저매각액인 349만원(2%)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지도를 아주 약간 남쪽으로 옮겼는데 이번엔 '31회 유찰' 공매물건이 뜹니다. 감정가 1억7000만원인데 거듭된 유찰로 현재 최저 매각액은 372만원(2%)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달 말 경기 안산에서 147세대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이 무더기로 경매로 넘어가는 사건도 터졌습니다. 임대인 부부는 이미 작년 4월부터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채 연락두절 사태였다는데요, 경찰이 이들을 사기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 현장에서만 계약이 이미 만기된 세입자 100여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약 76억원 규모이고, 만기까지 남은 세입자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100억원대가 넘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네요. 이번 피해자들 역시 원룸이나 투룸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고있던 20~30대 청년층이 많다고 합니다.

금액을 보면 바로 예상되시겠지만,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보증금이 전재산 혹은 그나마도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국세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보증금 5500만원 이하의 가구는 얼마 있지도 않고, 거기에 집주인들이 일부 세대를 불법으로 '방쪼개기' 임대를 한 경우도 있어 피해자들이 '셀프낙찰'을 받더라도 원상복구 비용도 물어내야한다는 기가막히는 사태도 얹혀 있다고 합니다.

수사기관에 잡힌 뒤 재판으로 넘어가…서도 이들의 태도는 여전히 '배째라' 모드인 것 같습니다. 작년 인천 미추홀구 일대의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세대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이 구형된 이른바 '건축왕' 기억하시죠? 지난해 2∼5월에 건축왕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던 건입니다. 오는 7일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2건으로 나눠진 재판을 병합 심리해야 하고, 담당 법관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하는데요.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마치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받으며 자선사업을 했던 것처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기죄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습니다.

이에 건축왕은 최후 진술에서 "사랑하는 임차인들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다행히 정부에서 특별법 (제정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정가 매수를 진행한다고 하니 임차인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피해가 복구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해 당시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재판까지 갔어도 만만치 않네요. 부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울분과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씻어줄 판결이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언제까지 현재진행형이어야 할까요. 어제도 오늘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전세사기 같은 걸 당한 것 같다", "역전세 차액 책임을 질 수 있으면 '순수한 영끌족'이고 못지면 '전세사기'인가"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부산 '180억 전세사기 50대의 1심'에서 검찰이 요구했던 13년형보다 더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한 박주영 판사의 글로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험난한 세상에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기성세대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여러분의 사연을 읽고 또 읽었다.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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