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도 쌓고 주주환원도 늘리라는 정부…금융사들 ‘딜레마’

조해영 기자 2024. 2.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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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 업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주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오르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건전성을 강조해온 터여서 금융사들로서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숙제를 모두 받아들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때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에 건전성 강화를 주문했다. 자본 건전성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는 아무래도 양립할 수 없는 주제"라며, "최근의 금융주 급등은 실질적인 변화보다 기대감이 상당히 반영됐다. 실질적인 주주환원이 강화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올해 말 정도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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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87% 오른 2,615.31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은행·보험 업종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주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오르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건전성을 강조해온 터여서 금융사들로서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숙제를 모두 받아들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 간(1월26일 종가 대비 2월2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많이 오른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금융회사였다. 제주은행이 53.03%로 가장 크게 올랐고, 흥국화재도 49.41% 상승했다. 한화손해보험(34.34%), 미래에셋생명(33.92%), 한화생명(33.33%)도 많이 오른 종목에 포함됐다. 정부가 피비알(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부터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당국은 피비알이 1.0배가 되지 않는 상장사에 주주환원 정책 등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금융회사 주가는 이런 기대를 반영해 오르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금융회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현실화 등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고 주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주가 부양책이 나오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충당금 적립뿐 아니라 주요 은행들은 이익의 일부를 상생금융 재원으로 이미 투입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때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에 건전성 강화를 주문했다. 자본 건전성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는 아무래도 양립할 수 없는 주제”라며, “최근의 금융주 급등은 실질적인 변화보다 기대감이 상당히 반영됐다. 실질적인 주주환원이 강화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올해 말 정도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전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모두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인 만큼 금융사들은 최대한 이를 맞추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그룹은 충당금을 3709억원 쌓은터라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이 전년 대비 3.3% 감소했지만, 전년보다 배당성향을 높이고 연내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도 내놨다. 이에 증권가는 주주환원 확대를 반영해 하나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기업금융(IB) 손실로 지배주주 순이익이 예상을 밑돌았다”면서도 “자사주 매입액을 전년의 2배로 늘렸고, 스트레스 완충 자본 규제가 신설돼도 기존 주주환원 가이드를 유지할 거라는 경영진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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