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北에선 노력해도 답없어” 동해 목선 탈북 일가족 심경고백

윤정훈 2024. 2.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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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동해로 귀순...33시간 걸려 탈북
北에서 조개잡이 배 운영..힘든 실정에 탈북 결심
식량난에 “북한주민들 한국 오고 싶어해”
김주애 세습도 부정적 기류…"딸 찬양까지 봐야하나"
자격증 공부 등 한국서 정착 준비 잘할 것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저희는 못살지 않았다. 노력할 수 있는 시도를 다 해봤는데 안되는 거예요.”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빨간색 원 표시)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작년 10월 허름한 목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에서 어민들에게 발견됐던 탈북민 일가족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자유를 찾아 7.5m 목선에 생명을 의지한 채, 동해바다를 30시간 이상을 표류한 끝에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한국으로 건너왔다. 탈북을 주도했던 40대 A씨와 A씨의 언니 B씨를 만나 북한의 실정과 당시 상황을 전해들었다.

함경남도에 거주했던 A씨는 “저희 가족은 열심히 일해서 배(목선)를 마련했고, 잠수부를 고용해서 조개잡이로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해볼데까지 했는데 가면 갈수록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저희가 돈 버는 일도 차단될 수 있으니깐 방향을 정리해서 대한민국으로 가자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동해를 통한 탈북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보가 부족했던 탓이다. A씨는 “동해에서 8차례 정도 탈북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넘어갔을 것이라고 봤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한 분도 없더라”며 “(이분들이) 잘못됐을 것이란 걸 여기 와서 알았다”고 했다.

A씨 일가족은 조개잡이를 해왔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해 목선을 이용해 탈북을 감행할 수 있었다.

B씨는 “북한에서는 김여정(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지시로 목선에 철판을 다 씌우게 했다”며 “저희 기업소만 특수하게 60일간 철판을 쓰지 않았던 기간이라 도망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목선에 철판을 씌우면 레이더에 잡혀 탈북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당초 수 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이들의 탈북은 2박3일이 걸렸다. 이들이 탈북에 이용했던 목선의 엔진은 경운기 엔진으로 시속 3~4km의 느린 속도이기 때문이다.

A씨는 “10월 22일 오후 10시 30분에 북한을 떠나서, 24일 새벽에 도착했다”며 “NLL을 넘기 전까지 경비정이 뒤에서 2시간 가량 쫓아왔다. 보름달을 보면서 살려달라고 기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A씨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데 앞에는 물밖에 없었다”며 “파도에 부딪칠 때마다 대갈빡(머리)이 깨질만큼 충격이 가해졌고, 멀미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탈북 준비는 한국의 TV방송을 보면서 했다고 전했다. B씨는 “몰래 한국의 뉴스와 생생정보통, 서민갑부, 북한이탈주민 정보 방송을 시청했다”며 “대한민국이 보듬어준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살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다가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딸의 설득에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 관철을 위한 선전화를 새로 제작했다고 28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난은 한국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하다. B씨는 “지난해 8월부터는 장마당(시장)에 달러 등 외화를 쓰지 못하도록 포고문이 내려왔고, 2만5000원(북한돈)하는 식량배급카드로 쌀을 구했다”며 “양곡판매소의 쌀값이 1kg 3800원이었는데, 장마당에서는 7000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이어 B씨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북한은 중국이 없으면 라이터 하나도 못 만드는 나라라는 걸 알게 됐다”며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들 결심을 못한다. 북송되면 총살된다고 방침이 내려온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인 주애의 4대 세습에 대해선 북한 내부에서도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B씨는 “얼마나 잘 먹었으면 통통한 걸 봐라. 딸까지 찬양하는 모습을 봐야하나”며 “말끝마다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라고 하지만 몽땅 헛소리다. 대다수 사람은 굶어 죽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만간 하나원 교육을 수료한 이후에 한국살이를 시작한다. 1인당 정착지원금은 1인세대 기준 2024년 1000만원이다. 이들은 3인세대인 만큼 정착지원금 210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이에 A씨 가족의 현재 고민은 한국에서 생계다. A씨는 “당장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다”며 “간호조무사 등 자격증도 알아보고 있다”고 한국 정착에 의지를 내비쳤다.

(자료=통일부)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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