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데" 나도 모르게 북한 배불렸다?…'중국산' 둔갑한 이것

윤세미 기자 2024. 2.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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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만들어진 인조 속눈썹이 중국에서 포장돼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산 가발과 인조 속눈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가 지난해 중국을 통해 수출이 재개된 이후 북한의 수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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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북한에서 만들어진 인조 속눈썹이 중국에서 포장돼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에만 2000억원 넘게 수출되면서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 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복수의 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에서 제조된 미완성 인조 속눈썹이 중국으로 건너간 뒤 가공과 포장 과정을 거쳐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시돼 서방과 일본, 한국 등 해외로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산 가발과 인조 속눈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가 지난해 중국을 통해 수출이 재개된 이후 북한의 수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 가운데 가발과 인조 속눈썹이 차지한 비중은 60%에 달했다. 총 1680톤으로 1억6700만달러(약 2235억원)어치다.

북한산 인조 속눈썹은 전 세계 인조 속눈썹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 동부 도시 핑두로 모인다. 지난해 기준 핑두의 인조 속눈썹 공장 가운데 약 80%는 북한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구입해 가공했다. 현지에서 몬셰리라는 이름의 인조 속눈썹 공장을 운영하는 왕팅팅은 로이터에 "북한산 제품의 품질이 훨씬 좋다"고 귀띔했다.

로이터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인공 모발 제품을 수출해 제재를 피해 중요한 외화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찬 국제제재 변호사는 로이터에 "북한이 인조 속눈썹 거래로 매달 벌어들이는 수백만 달러가 김정은 정권을 위해 쓰인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행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유엔은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과 석탄, 석유, 섬유 등에 금수 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인조 모발 제품은 금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재무부는 2008년부터 북한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품을 보유하거나 판매하는 모든 기업에 독자적으로 광범위한 대북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 2019년엔 미국 화장품회사 엘프코스메틱이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인조 속눈썹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돼 100만달러 가까이 벌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재무부가 미국과 거래하지 않는 외국기업에게 제재를 일방적으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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