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여자도 군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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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으로 본격화됐다.
헌재는 제대 군인에게 채용 시 5% 이내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제대군인법) 8조 1·3항과 시행령이 여성과 장애인의 평등권, 공무담임권(공직에서 일할 권리)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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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군 복무를 둘러싼 논란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으로 본격화됐다. 헌재는 제대 군인에게 채용 시 5% 이내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제대군인법) 8조 1·3항과 시행령이 여성과 장애인의 평등권, 공무담임권(공직에서 일할 권리)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전체 여성 가운데 극히 일부만 제대 군인에 해당하는 반면, 남자 대부분은 제대 군인에 해당하므로 군가산점 제도는 실질적 성차별”이라고 봤고, “신체 건장한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차별한다”고 밝혔다.
군가산점 폐지의 후폭풍은 병역법으로 불어닥쳤다. ‘남성은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여성은 지원한 경우만 군인으로 복무’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은 2011년, 2014년, 2020년, 2023년 등 네차례에 걸쳐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는 그때마다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군 복무 여부가 젠더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여성 군 복무’는 선거철의 단골 공약이 됐다. 2030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 표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유승민 당시 후보는 앞다퉈 군 복무자에게 민간주택 청약 시 가산점 5점을 부여하는 공약을 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를 주장했고,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월 여성을 민방위 훈련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민방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성 군 복무 공약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류호정·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은 여성 병역과 남성 육아휴직 전면화를 통해 남녀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2030년부터 경찰과 소방관 등이 되기 위해선 여성도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를 공약했다.
병역제도 개편 논의는 국가 안보의 핵심 사항이다. 저출생 시대의 병력 충원 방안과 적정 병력 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군 복무 의무화는 성평등한 군 조직문화, 복무 환경 개선 등의 사전 준비는 물론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빌드업’ 과정을 건너뛴 채 선거 때마다 ‘여자도 군대 가라’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차별과 갈등 조장으로 이득을 보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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