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까지 1만㎞ 날아갔다…"'비전프로' 몰입감 최고, 가격은…"
[편집자주] 애플의 새로운 헤드셋 기기 '비전프로'가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식 출시됐다. 과거 구글이 실험했던 '구글 글래스', 메타가 상용화 한 '퀘스트3'에 이어 삼성전자도 MR(혼합현실) 기기를 준비하면서 현실과 디지털 세상의 소통 방식을 재정의하는 빅테크의 '공간컴퓨팅 기기' 경쟁이 뜨거워지는 흐름이다.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디지털 디바이스 혁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공간컴퓨팅 혁명의 현 주소와 가능성을 짚어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의 MR(혼합현실)헤드셋 '비전프로'. LA(로스앤젤레스) 애플 스토어를 직접 방문해 제품을 픽업한 국내 기업 '폴라리스오피스'의 개발자 오웬(조기현·시니어)과 루카(송정훈·주니어)는 비전프로 사용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애플이 처음 도전한 폼팩터(기기 형태) 비전프로는 애플답지 못한 단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애플의 미래 기술이 집적된 역대급 제품으로서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엔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오웬은 비전프로의 핵심 기능인 '패스스루'에 주목했다. 패스스루는 카메라를 통해 얻은 외부 환경을 가상 오브젝트와 합성한 기술이다. AR(증강현실)과 비슷한데 AR은 사용자가 직접 눈으로 보는 환경에 가상 오브젝트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패스스루는 시야각 확보와 빛 차단이 어려운 AR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오웬은 "패스스루의 화질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고 위화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면서도 "다만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보기 때문에 조금 흔들리거나 뿌옇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래 이용하면 눈이 피로하고, 어지러움도 약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전프로를 착용한 채 일상생활을 하는 건 제약이 따른다고 부연했다. 오웬은 "패스스루는 사물이 살짝 뭉개지거나 흐릿하게 나타나 작은 텍스트나 그림을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거나 문자를 보내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간 오디오는 꽤 수준급이다. 루카는 "공간 오디오 기술이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해 3차원적이고 고음질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며 "이 부분은 기대 이상이며 영화 콘텐츠 등을 시청할 때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이 밖에 핸드컨트롤과 아이트래킹도 합격점이었다. 백팩에 들어갈 만큼 콤팩트한 디자인과 휴대용 가방(별도 판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비싼 가격'은 떨쳐낼 수 없는 단점이다. 비전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약 468만원)부터다. 아이폰 4개(아이폰15 기본 모델 799달러 기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며, 메타퀘스트3(499달러)보다 약 7배 비싸다. 일반인이 선뜻 구매하기 힘든 가격대다. 애플 프리미엄의 '끝판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비전프로만의 킬러 앱이 있으면 납득이 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카는 "확실히 비전프로만을 위해 개발된 콘텐츠가 많지 않다"며 "일반인들이 편하게 사용할 만한 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주요 앱도 지원하지 않는다.
다소 무거운 무게도 부담이다. 비전프로는 저장용량에 따라 600~650g이다. 오웬은 "30분 정도 착용했을 때 크게 무겁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디자인 배분이 전면에 쏠려있다 보니 앞으로 치우쳐 오래 사용하면 목에 부담은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는 완충 후 2~3시간 정도 이용할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기기를 3시간 연속 사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고 했다.
애플이 비전프로에서 야심 차게 지원한 '페르소나' 기능은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페르소나는 통화 중인 다른 사람들이 비전프로를 착용한 사용자의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오웬은 "머리 스타일과 표정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구현해 놀랍다"면서도 "실제 모습과 비교해 코와 눈, 입이 과도하게 삐뚤어지거나 늙게 표현된다"고 지적했다.
비전프로 외부 디스플레이에 착용자의 눈 이미지를 투사하는 '아이사이트' 기능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착용자와 바라보는 다른 사람 간의 단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적용된 기능인데, 상대적으로 저화질의 디스플레이와 밖에서 바라보는 수직 각도에 따라 얼굴과 매핑이 잘 되지 않아 어색하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MR헤드셋 참전으로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경량화와 콘텐츠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허들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총평이다. 애플의 혁신 경험이 필요한 이용자들에겐 분명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헤드셋 구매에 500만원을 선뜻 지불할 일반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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