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PF 대출 부담 A급 이하 캐피탈이 가장 높아
금융당국, 설 연휴 이후 PF 충당금 현장점검
A급 이하 캐피탈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자기자본의 1.5배 수준으로 2금융권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증권사는 인허가 이전 단계인 브리지론의 절반 이상이 후순위 대출로 확인돼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은 설 연휴가 지나면 업권별 PF 충당금 적립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4일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일 발표한 ‘PF 부실 구조조정 및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 추진 계획 점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2금융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대출 비중을 보면 A급 이하 캐피탈이 150%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저축은행(124%), AA급 캐피탈(92%), 중소형 증권(41%), 대형 증권(36%) 순이었다.
자기자본 대비 브리지론 비중도 A급 이하 캐피탈이 83%로 가장 높고, 그 중에서도 일부 업체는 120%가 넘었다. 이어 저축은행(68%), AA급 캐피탈(33%), 중소형 증권(14%), 대형 증권(8%) 순이었다.
보고서는 “증권·캐피탈·저축은행 모두 만기연장으로 사업성이 낮아지는 추세인 브리지론의 회수 부담이 크고, (그중에서도) A급 이하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본PF 대출 크기 역시 각각 자기자본 대비 35%와 45%로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금융권의 브리지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50~60%가 취급 후 1년6개월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에 사업장 대부분이 만기 연장을 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에는 브리지론의 절반 이상이 2년 넘게 유지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사업장은 그동안 이자비용이 오른 데다가,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강화 압박을 받는 대주단이 더는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을 분위기가 크다. 낮은 가격에 사업장을 매각하거나 재구조화로 본PF를 서두를 수 있고, 이로 인한 2금융권의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 시행사들이 받는 부동산 PF 대출은 브리지론과 본PF로 나뉜다. 토지 매입 등 초기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브리지론으로 조달하고, 이후 인허가가 완료되면 본PF를 일으켜 브리지론을 상환하고 금리가 낮은 대출로 대환하는 방식이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브리지론은 특성상 지방과 후순위 비중이 클수록 손실 부담도 높아진다. 후순위의 경우 선순위에 비해 이자가 높은 대신 상환부담이 큰 특징을 갖는다. 특히 지방은 일반적으로 토지비보다 공사원가 비중이 높은데, 최근 공사원가 인상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탓에 본PF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순위 참여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최근 낙찰가율이 60~70%에 그치고 있어 공경매 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업권별로 보면 중소형 증권사는 지방과 후순위 브리지론 비중이 각각 46%와 51%로 가장 높았다. A급 이하 캐피탈도 지방이 35%, 후순위가 17%를 차지했다. 저축은행은 지방 사업장 비중이 39%로 높은 편이었지만 후순위 비중은 5%에 그쳤다.
한신평은 2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본PF와 브리지론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 PF 자산에서 대손충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소형 증권 10%, 대형 증권 7%, 저축은행 6%, A급 이하 캐피탈 5%, AA급 캐피탈 2% 순이었다. 한신평은 “PF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높아지고 재무지표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저축은행·캐피탈·상호금융 업계 임원과 PF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2023년 말 결산 시 PF 충담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설 연휴가 끝나면 대형저축은행, 캐피탈, 상호금융협회의 PF 대손충당금이 적절한지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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