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사업에 ‘홀드백’ 의무화···위기의 영화계 구할까

최민지 기자 2024. 2. 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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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시내의 한 극장에 영화 <서울의봄>을 보려는 관객이 티켓을 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가 영화 지원 사업 조건에 ‘홀드백’ 준수를 의무화했다. 영화가 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풀리기 전 극장에 독점 공개되는 기간을 보장해 영화계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공고한 ‘모태펀드(문화·영화·해양) 2024년 1차 정시 출자사업 계획’에 ‘영화 분야 투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홀드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태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민간이 결성하는 개별 펀드에 출자하는 간접 투자다. 이번에 조성되는 모태펀드 규모는 총 650억원으로 ‘한국영화 메인투자’와 ‘중저예산 한국영화’로 나뉜다. 구체적인 홀드백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팬데믹 이후 침체된 국내 영화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길이 끊기고, 영화의 주된 시청 경로가 극장에서 OTT로 바뀌면서 극장 수입이 크게 줄었다. 개봉 영화가 IPTV나 OTT 등 플랫폼에 풀리는 기간이 짧아지거나 ‘동시상영’되는 경우가 늘었다. 극장을 거치지 않고 OTT로 직행하는 작품도 많아졌다.

문체부는 지난해 9월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 제작사, 투자·배급사, IPTV 협회 등 업계와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정책 협의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 영화 개봉 펀드 투자 작품에 한해 4개월 간의 OTT 홀드백 준수 의무 조건을 시범 적용했다.

홀드백 의무화를 둘러싼 업계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극장과 제작사, 투자·배급사 등 영화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홀드백이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려 영화 산업 전반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 영화 산업은 전체 영화 수익의 약 70%가 극장에서 나올 만큼 극장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OTT 업계는 홀드백 조치가 시청자의 시청권을 제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중심의 대형 영화관에 이익이 쏠려 ‘극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홀드백 법제화에 관해서는 업계 합의안이 도출돼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협의회 등 업계와의 논의를 거쳐 이달 중 관련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OTT에 곧 뜰텐데···’ 극장서 멀어진 발길, ‘곧’이 아니면 돌아올까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12101129001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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